스페인축구협회는 30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코스타가 브라질 축구협회 사무총장에서 편지를 보내 스페인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페인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브라질 태생의 공격수인 코스타를 스페인 대표팀으로 소집하도록 요청하는 서면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스페인축구협회의 발표에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에서 태어난 선수가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을 거부하는 것은 브라질 대표팀에서 자동으로 탈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타가 수많은 브라질 선수들의 꿈인 대표팀 합류에 등을 돌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브라질 라가르투에서 태어난 코스타는 2007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공격수로 셀타 비고, 알바세테, 바야돌리드, 라요 바예카노 등에서 임대 생활을 거친 뒤 지난 시즌부터 원 소속팀에 복귀해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스페인 국적을 얻어 이중국적자가 된 코스타는 지난 3월 이탈리아, 러시아와의 친선전을 앞두고 브라질 대표팀에 소집돼 5분여를 뛰었지만 6월에 치러진 2013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이후 컨페드컵)에선 브라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다.
코스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10경기 동안 11골을 터트리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이상 8골)를 제치고 득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델 보스케 감독이 11월 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평가전에 코스타를 선발할 예정”이라며 코스타의 대표팀 조기 합류를 시사했다.
FIFA는 이중 국적을 지닌 선수가 국제공식대회에 출전한 적 없으면 소속 축구협회를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귀화선수들에게 월드컵 참여의 기회를 넓혀 준 것이다. 독일, 스페인 등 축구 강국에선 귀화선수들이 국가대표로 활약했거나 활약하고 있다. 일본도 1989년 루이 라모스를 귀화시킨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출신만 4명을 받아들였다.
한국에서도 브라질 선수의 귀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지난해 초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온 에닝요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국내선수 보호,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특별 귀화 신청을 기각했다. 수원에서 뛰었던 라돈치치도 대표팀 합류를 염두에 두고 귀화를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에닝용는 지난 7월 전북을 떠나 중국슈퍼리그 창춘으로 이적했고, 라돈치치는 일본 J리그의 시미즈로 임대됐다.
한 축구 전문가들은 “유럽은 순수 혈통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 귀화선수를 대표팀에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적다. 그러나 한국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외국인 귀화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물론 신의손, 이성남, 이싸빅 등 몇몇 선수들이 귀화를 하기는 했지만 국가대표 선수로는 귀화 선수가 발탁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다른 종목의 경우 귀화선수의 대표팀 합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의 외국인 공격수 브록 라던스키(30·캐나다)는 지난 3월 특별귀화로 국내 처음으로 ‘파란 눈’의 국가대표가 됐다. 탁구에서도 당예서 등 귀화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도 외국선수 귀화를 고려 중이다. 그러나 축구에서 귀화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