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철수 대선 후보 사퇴 당일 무슨 일 있었나… 문재인이 문전박대 당한 사연은

[단독] 안철수 대선 후보 사퇴 당일 무슨 일 있었나… 문재인이 문전박대 당한 사연은

기사승인 2013-10-31 04:58:01
[쿠키 정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다음 달 1일 발간되는 ‘비망록’에서 야권 단일화 뒷이야기를 전격 공개하면서 진실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모두 타격이라는 지적이다.

◇安 사퇴 당일 무슨 일 있었나, 단일화 최종 룰은=안 의원 측과 문 의원 측은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5시간 동안 마지막 특사회담을 가졌다. 안 의원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행세칙과 설문안 등이 자세히 담긴 5장짜리 문건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23~24일 4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지도와 가상대결을 5대 5로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의 비율은 3대 7이었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 이인영 의원은 “합의를 더 해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박 본부장은 “회담도 토론도 필요 없다. 일 점 일 획도 빼지 말고 이 안을 받으라”고 답변했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이후 문 의원 측은 긴급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오차범위(±3% 포인트) 이상으로 문 의원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안 의원은 당일 오후 8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홍 의원은 저서에서 “자체 여론조사 결과 문 의원이 이기는 사실을 안 의원 측이 전해 듣고 사퇴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튼 호텔 마지막 담판=안 후보가 사퇴하기 하루 전인 22일에는 두 후보가 서울 홍은동 힐튼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담판을 가졌다. 안 의원은 “후보직을 양보하시라. 그래야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계속 주장했다고 한다. 문 의원은 담판 후 차에 올라타서는 측근들에게 “내 할 일을 다했다. 할 만큼 했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좀 하라”고 말했다는 증언이다.

이날 회동에서 안 의원이 문 의원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문 의원이 거절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문 의원이 “그런 말 한적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는 주장이다.

◇용산 문전박대 진실은=문 의원이 12월 5일 서울 용산에 있는 안 의원의 자택을 찾아갔던 것은 안 의원 측 인사가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라”면서 먼저 제안했다는 주장이다. 문 의원 측은 막상 거의 도착했을 때 “안 계신다. 오늘 만나시긴 어렵겠다”며 거절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안 의원 측은 “안 계신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반박했다.

또 문 의원과 안 의원은 각자의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협상과정 내내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왜 공개했나=홍 의원이 단일화 뒷이야기를 공개한 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리 견제구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어차피 한번은 털고 가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친노무현계 등 당시 대선을 주도한 민주당 그룹은 안 의원 측에 대한 불신과 앙금이 여전하다. 저서에 따르면 안 의원은 공동 신당창당 및 전권 위임 등을 원했는데, 친노계는 자신들을 대상으로 인적 청산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안 의원 측이 사실상 ‘이·박(당시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했다고 홍 의원 등은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조현우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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