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포수 진갑용(39)과 우익수 박한이(33)가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에 밀려 초반 1승3패까지 몰렸지만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최종 7차전까지 갈 수 있었다. 특히 진갑용은 지난 31일 6차전에서 무려 9명이 등판한 삼성 투수들을 적절한 볼배합으로 리드, 팀 승리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해냈다. 삼성은 이번 시리즈들어 이례적으로 3명의 포수를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각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 조합으로 경기력을 극대화하자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팀이 막판에 몰린 6차전에 선발 포수로 나선 진갑용은 9안타에 4사구 8개를 내주고도 단 2점으로 막아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격에서도 그의 역할은 빛났다. 0-1로 뒤진 3회 2루타를 치고 나가 동점기회를 만들었고 3-2로 앞선 7회에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 박한이의 3점홈런 때 홈을 밟았다. 잠실 5차전에서 그는 5-5로 팽팽히 맞선 8회 선두 대타로 나서 중전안타를 치면서 결승점을 올리는데 앞장섰다. 6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친 박한이도 제대로 한건 올렸다. 두산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 정규리그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할 만큼 강했던 박한이는 6회에 좌전안타를 쳐 채태인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이어 7회에는 2사 1, 2루 기회에서 천금같은 3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아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두산은 최준석(30) 손시헌(33) 등 베테랑이 힘이 절대적이다. 특히 최준석은 이번 시리즈에서 절정의 타격감으로 삼성 투수들에게 공포 그 자체가 되고 있다. 6차전에서는 1홈런 포함, 4타수 3안타를 기록할 만큼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6개(한국시리즈 3개)의 홈런을 쳐 2001년 타이론 우즈(전 두산)가 기록한 단일 포스트시즌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만약 6차전이 두산 승리로 끝났다면 한국시리즈 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가 됐을 만큼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였다. 손시헌은 후배 김재호에 밀려 유격수를 내주기도 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최준석과 더불어 고참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과의 1차전에서는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로 경기 MVP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수비에서도 두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팀에는 ‘언젠가 한방’을 기다리는 또 한명씩의 베테랑이 있다. 37세 동갑나기인 삼성의 이승엽과 두산의 홍성흔이다. 부상으로 인해 이번 시리즈에서 활약은 미미하나 존재감은 여전하다.
대구=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