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당신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랍니다. 지금 눈 앞의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에요. 어깨를 펴고 당신이 없으면 슬퍼할 사람을 떠올려 봐요.”(소설가 신경숙)
서울에서 자살시도가 두 번째로 많은 한강대교가 사회적 명사들의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생명의 다리’로 탈바꿈했다.
조수미 성악가는 “당신이 이겨야 할 사람은 당신의 경쟁자가 아닌 바로 어제의 당신입니다. 어제의 당신에게 지지 마세요”라는 말로 응원해준다. 육심원 화가는 다리 난간에 본인의 그림과 함께 “고민있어요? 자, 당신의 얘기 한번 해봐요”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마포대교에 세계 최초로 스토리텔링형 생명의 다리를 선보인데 이어 한강대교에도 생명의 다리를 조성했다고 5일 밝혔다.
사회적 명사 44명의 지혜 등이 담긴 희망 메시지로 꾸며졌다. 이어령·김난도 교수, 이해인 시인, 허영만 만화가, 추신수·손연재 선수 등이 재능기부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작성했다.
시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강교량 중 자살 시도가 가장 많았던 곳은 마포대교(110명)였으며 한강대교(64명)가 뒤를 이었다. 1917년 준공돼 한강교량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다.
시 관계자는 “사람은 순간의 감정으로도 자살에 이를 수 있어 감성적 관심과 메시지를 통해 절망을 위로하고 자살을 단 한 건이라도 예방하고자 생명의 다리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과 용산을 오가는 한강대교 양방향 1680m를 걷다보면 희망 메시지가 연이어 펼쳐진다. 센서가 설치돼 보행자 움직임을 감지하고 조명과 메시지가 보행자를 따라 반응하며 말을 거는 방식이다.
국내 8개 대학 학생들은 한강대교 중간 노들섬이 있는 육지로 등에 ‘언제나 I봭YOU’ 등 8개의 희망 조형물을 설치했다. 대교 중간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사랑과 응원의 말을 걸어주는 쉘터를 새로 조성하고 곳곳에 생명의 전화도 설치했다.
천석현 시설안전정책관은 “어려움을 딛고 각자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사회적 명사들의 희망 메시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