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 하지만… 박은선은 누구?

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 하지만… 박은선은 누구?

기사승인 2013-11-06 11:21:00

[쿠키 스포츠] 성 정체성 논란에 휘말린 박은선(27·서울시청)은 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다.

박은선은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여자월드컵에서 국제무대를 처음 밟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같은 해 20세 이하(U-20)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서는 8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여자축구의 강세는 박은선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았다.

시련도 많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 대신 여자실업축구 서울시청 입단을 선택했지만 여자축구연맹은 ‘고교 졸업 선수들은 대학에서 2년간 뛰어야 한다’는 선수선발 세칙 위반을 이유로 3개 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2005년은 박은선의 공백기였다.

성 정체성 논란도 자주 불거졌다. 신장 180㎝, 체중 74㎏의 건장한 체구와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국제대회에서 남성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실업축구 6개 구단의 퇴출 요구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6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주 회의에서 박은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가 내년 리그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는데 결의했다”고 연맹에 통보했다. 구단들은 연맹이 박은선의 출전을 계속 보장할 경우 리그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박은선은 올 시즌 리그 19골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중하위권 팀이었던 서울시청은 박은선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 2위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박은선은 6일 새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성별 검사를 한두 번 받은 게 아니다. 어린 나이에 기분이 좋지 않고 수치심까지 느꼈지만 지금은 말조차 할 수 없다”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