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980년쯤부터 아내와의 성관계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전립선이 안 좋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성매매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들키기도 했다. B씨는 남편이 자신과의 성관계는 거부하면서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고 의심했다.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도 불만이었다. 계속되는 폭언과 폭력이 B씨를 괴롭게 했다. 남편은 B씨를 무시하고 가정생활을 등한시하기도 했다. 2002년 B씨가 목 디스크로 입원했을 때는 한 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같은 해 말 B씨는 남편에게 안마기로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갔다. B씨는 결국 2004년 남편과 다투다 모욕적인 말을 듣고 별거를 시작했다. 이어 결혼생활 40여년 만인 2011년 이혼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성관계를 거부한 것과 아내를 무시하고 폭행·폭언을 한 것 모두 이혼 사유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내에게 위자료와 재산 등 수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3년 섹스리스’를 이혼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해마다 가족이 모여 명절을 지냈고, 세 자녀가 훌륭하게 성장한 점을 볼 때 불화와 반목의 시간보다 단란하게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이승영)는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70대에 전립선암 수술을 받는 등 계속되는 질환 탓에 성관계가 어려웠다”며 “성관계를 피한 사실이 이혼 사유가 되려면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질병을 치료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남편의 폭행·폭언도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부족해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갈등을 진지하게 해결하려 하지 않은 B씨에게도 별거의 책임이 있다”며 “A씨가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여생도 길지 않아 보이는 점을 보면 혼인생활이 B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 단정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