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을 상대로 한 토지 명도소송에서 아들이 승소하자 아버지가 해당 토지에 쇠말뚝을 박는 등 재산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 도로가 막히면 인근 지역 통행이 어려워 큰 불편이 예상된다.
부산 사하구에 따르면 13일 오후 1시쯤 사하구 신평동 모 아파트 뒤편 폭 5m 현황도로에서 김모(74)씨가 중장비를 동원해 아스팔트를 깬 뒤 쇠말뚝을 박고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우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김씨는 자신의 아들(43)이 지난해 사하구를 상대로 토지명도 소송을 벌여 최근 승소하자 판결문에 명시된 가집행 문구를 근거로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
1970년대부터 관습상 도로로 사용돼온 이 현황도로는 실제 도로로 이용되고 있지만 지목은 도로가 아닌 임야로 규정돼 있으며 현재 김씨 아들 소유다.
원래 땅주인인 인근 샹트패미리타운이 부도나서 해당 임야가 경매에 넘어가자 지난해 2월 김씨는 공매에서 이 도로가 포함된 임야 479㎡를 매입했다.
이후 김씨 아들은 임야 중 145㎡를 사하구가 도로로 불법 사용하고 있다며 부산지법에 토지명도소송을 냈고 1년여만인 최근 승소했다.
김씨가 실력행사에 나서자 사하구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당장 사하구 예비군훈련장과 모 노인복지센터로 가는 길이 막혀 큰 불편이 예상되며 항소 이후 2심 판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하구 측은 김씨를 만나 쇠말뚝 철거를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김씨는 사하구 측에 해당 토지를 매수하든지, 우회도로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사하구는 김씨를 설득하지 못하면 법원에 가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청구하고 이와 별도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기존 소유자가 임야를 도로로 사용하는 권리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에서 법원이 뒤늦게 매입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김씨 아들의 권리에 손을 들어줘 아쉽다”며 “항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비록 판결에 따른 가집행이지만 도로에 말뚝을 박는 등 주민 통행에 불편을 끼쳤다고 판단해 김씨를 형법상 일반 통행방해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