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이참 前 한국관광공사 사장 전격 퇴임, 찜찜하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이참 前 한국관광공사 사장 전격 퇴임, 찜찜하다

기사승인 2013-11-17 15:16: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 귀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귀화인 가운데 가장 기여한 인물을 치라면 고려 광종때 쌍기를 들 수 있다. 후주인(後周人)이었던 그는 봉책사(封冊使) 설문우를 따라 고려에 왔다가 발병하는 바람에 고려에 머물러야 했다.

‘고려사 - 쌍기열전’은 ‘쌍기가 광종 임금에게 대답을 잘해 그 재주를 아끼게 되었다’고 기록됐다. 광종은 후주의 허락을 받아 쌍기를 한림학사로 임명했다.

광종은 독자적 연호를 사용할 만큼 상당히 개혁적 인물이었다. 956년에는 빚을 져 노비가 됐거나, 전쟁 포로가 된 이들을 풀어주는 ‘노비안검법’을 실시하기도 했다. ‘노예해방’과 같다고 보면 된다. 링컨의 노예해방에 미국 남부 지주들이 반발하듯 당연히 고려 호족이 반발했으나 이를 물리쳤다.

광종은 여기서 한 수 더 나간다.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958년 과거제도를 실시해 인재를 뽑았던 것. 쌍기는 그해 5월 치러진 과거에서 지공거(知貢擧·시험을 주관하는 벼슬)를 맡아 과거제도를 정착시킨다. 이렇게 해서 호족들의 관직 대물림이 사라지게 된다. 쌍기로 인해 오늘날의 ‘고시’가 생겼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사가들은 쌍기를 우리 역사 흐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꼽는다.

2. 쌍기 외에도 조선 태조 이성계와 의형제를 맺고 왜적을 물리치는데 앞장섰던 여진인 이지란, 임진왜란 당시 왜군 가토 휘하의 선봉장이었다가 경상병사에 귀순한 후 왜군 침공을 막아낸 사야가, 즉 김충선을 꼽을 수 있다.

3. 최근 들어 필리핀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자스민, 지난 15일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을 전격 사퇴한 독일 출신 이참 등이 귀화인으로서 두드러졌다. 박근혜·이명박 정권 하에서 ‘관직’을 가진 귀화인들이다.

4. 한데 귀화인으로 매우 상징적 역할을 했던 이참씨가 일본 퇴폐업소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전격 사퇴해 버렸다. 이참씨는 성인업소 출입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며 제보자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법적 절차를 밟아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으며 그럴 자신도 있다”고 퇴임의 변을 했다.

그는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돼 3년 임기를 채운 뒤 1년 연임을 하고 지난 7월 임기종료됐으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지켜왔다.

5. 새정부의 이자스민 의원은 모국 태풍 피해와 관련해 ‘태풍 피해 희생자 추모 및 복구 지원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이 의원의 결의안에 지지의사를 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 두 인물은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인물이다.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마당에 귀화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당연히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참씨는 공직자로서 일본 풍속업소 출입으로 인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청와대 내사를 받다 사퇴했다고 한다. 공직 임기까지 다 채운 귀화인이 새정권 들어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사퇴를 못하고 있다가 불명예 퇴진한 것은 어찌됐던 안타까운 일이다. 귀화인에게 성공적 롤 모델이 되기 바랬는데 말이다.

이러다 보니 네티즌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고 있는 이자스민 의원도 사실 염려가 된다. 아무리 귀화인이라 하더라도 ‘정치’라는 화학 성분이 닿을 때 무지한 인격 모독이 가해지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7. 쌍기가 성공한 귀화인으로 성공적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내국인과의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내국인이 과거제도를 실시한다고 했으면 호족의 저항과 학연 지연 혈연 등의 공세로 제도 실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이해 관계 없는 선수 선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10만여명의 귀화인들이 출신지가 어떠했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이들에 대해 국가가 평등한 국민으로 대해준다면 제2의 쌍기와 같은 출중한 인물이 나오리라고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