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모든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당신의 모습을 본다. 그러나 당신의 진짜 모습에 간섭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소수의 사람은 국가의 위엄을 갖추고 보호해 주는 다수의 의견에 감히 반대하지 못한다.’
1527년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통치자의 중요한 조건은 ‘좋은 옷’을 통해 그 자질이 ‘훌륭해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2.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그 내용은 여기저기를 통해 알려졌으니 다른 얘기를 한다. 대통령 의상 얘기다.
네이비 차이니스칼라 재킷을 입은 대통령의 모습은 단정하다. 외교적 의전이나 행사 때 입는 한복이 아니면 줄곧 스탠드업 칼라인데 이 의상이 단정한 느낌을 준다. 목에 따라 깃이 서 있는 옷을 즐겨 입는 박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스탠드업 칼라의 색을 달리 할뿐 의상은 늘 같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입었던 국방색 차이니스칼라를 시작으로 한미정상회담 하늘색, 러시아방문 하얀색, 영국 감색, 프랑스 주황색 차이니스칼라 옷을 입었다. 국내외 크게 다르지 않다.
연말 자선냄비모금행사 때 나서는 구세군 복장 같은 대통령 의상은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3.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허은아 소장은 “패션은 메시지다”라며 “박 대통령이 칼라로 순방 때마다 상대를 배려한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지미전문가에게 대통령의 차이나 칼라 재킷 패션이미지를 물었더니 ‘위엄’이란 말로 정리했다. ‘위엄’의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4. 박 대통령의 복장은 ‘위엄’있다. 한데 그 위엄은 ‘보는’ 이들 입장에서 답답하다. 유니폼과 같은 제복은 암묵적인 규칙을 연상케 하고, 그 규칙은 고용주에게 통제력을 부여한다. 교복, 승무원복, 호텔 접수원복, 군복 등의 이미지가 그러하다. 제복은 고용주에겐 위엄을, 피고용인에겐 규칙준수의 메시지를 전한다.
5. 박 대통령의 의상디자이너는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교복자율화 이전 남학생 검은 교복 상의 칼라의 후크(hook) 단추가 주는 답답함을 아는지…여성 리더에게 원피스, 투피스, 쓰리피스 등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스타일이 얼마나 많은데 늘 제복 같은 '단정'이 컨셉인가 말이다. ‘위엄’만을 내세우는 대통령 의상디자이너의 감각이 언뜻 이해가 안간다. 대통령이 선호해서? 그렇다면 굳이 디자이너가 필요 없을 것 같다.
6. 마키아벨리 말처럼 소수의 사람은 다수의 의견에 감히 반대하지 못한다. ‘위엄’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모습에 간섭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소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