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공영방송, 한 걸음 더 나가 ‘국책방송’ KBS에 관한 뉴스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오는 22일 시즌3 첫 촬영을 앞둔 가운데 KBS 고위관계자들이 강호동 섭외를 위해 절치부심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19일 복수의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장성환 KBS TV본부장과 박태호 KBS 예능제작 국장은 지난 주 강호동이 출연 중인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 촬영장을 방문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KBS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상승세인 '우리동네 예체능'을 격려차 촬영장을 방문, 강호동과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강호동과 얘기를 나누면서 '1박2일' 시즌3 출연과 관련된 얘기도 오갔다"고 말했다.
KBS 고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강호동 설득 작업은 '고위층'의 의견이 반영됐을 뿐 '1박2일' 시즌3 제작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스타뉴스’ 19일 기사 중 일부)
2. 아무 생각 없이 이 뉴스를 받아들이자면 KBS방송사 제작자들이 정말 치열하게 일하고 있구나 싶다. 한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국책방송 KBS가 그 수많은 케이블 채널과 경쟁하면서 이렇게 속없는 짓 하는가 싶다.
지상파 상업방송(SBS)도 아니고, 애매한 공영방송(MBC)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늬만 종합편성채널인 케이블방송도 아닌 국가 대표 채널 KBS가 말이다.
KBS는 일본의 NHK, 영국 BBC, 중국 CCTV 또는 민간 미디어이긴 하나 미국 CNN과 같은 중량감 있는 매체로 세계를 상대로 뛰어도 모자를 판에 케이블 채널과 맞서 골목대장하려 든다. 더구나 덩치 큰 어른이 골목에서도 밀려 ‘영구’처럼 보이는데 KBS인데 지금 정작 저 자신만 모르고 있다.
3. 미디어 환경 플랫폼 변화로 각 지상파 방송은 흥망을 걱정하는데 국책방송이 오락 MC 하나 잡으려고 ‘고위층 의견’을 안고 읍소한다는 것이 한 편의 코미디 같다.
적어도 국책방송이 갖는 무게감, 또는 교양이 없는 KBS다. 제작진은 ‘왕가네 식구들’들 같은 막장 드라마 시청률에 목매고, 또 다른 막장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더 자극적인 내용을 찾느라 진을 쏟는다. 이 부조리한 상황이 KBS 벌어진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 온국민이 개그맨 따라하는 ‘개그콘서트’가 퍽이나 자랑스러운 것 같다.
KBS 고위층은 수신료 수십 년간 올려주지 않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가.
4. KBS 정확히 말해 ‘국민교양방송’이 책무다. 세대, 이념, 빈부, 지역, 등을 떠나 우리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담아 전달해야 하는 공공미디어다. 자극적인 오락이나, 스트레스 해소용 드라마는 굳이 KBS 아니어도 만들어 방영할 채널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고위층’ 뜻 받들어 시청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MC 하나 잡으려 본부장, 국장 등이 나서는가 말이다. 차라리 그럴 시간 있으면 KBS 전 제작간부 모아놓고 요즘 SBS ‘희망TV’ 캠페인, EBS 프로그램(‘극한직업’ 등),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등을 사례 연구 하라.
5. 미디어학자 강준만(전북대 교수)은 “TV의 국가자원화”를 외쳤다. 사회주의 방송 체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TV를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적어도 KBS는 강 교수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교양 안되는 각종 프로그램이 국민의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정신 건강에 도움 된다면 그것을 굳이 국책방송이 만들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디지털미디어기기에 익숙한 세대에게 적어도 KBS는 교양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그 교양의 소재를 찾기 위해 장르별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이 만든 교양다큐 ‘차마고도’가 어떻게 소비되어 국민 속에 녹아들었는지 알 것 아닌가.
6. KBS 역시 공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직이 굴러 간다는 얘기다. KBS는 국민교양TV로 거듭나야 한다. 공기업 개혁은 뉴스 보도 채널을 가졌다 하여 예외 일 수 없다고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