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중독’ 질환 증가, 개인보다 집단 중시하는 문화에서 기인”

“한국인 ‘중독’ 질환 증가, 개인보다 집단 중시하는 문화에서 기인”

기사승인 2013-11-23 21:10:01

[쿠키 건강] “한국에서는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 공동의 음주 문화, 위계질서의 심화, 비인격적 마초 문화 등의 집단 의존 문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개인의 의사가 집단에 의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알코올 의존증 환자 등 중독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정호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강원알코올상담센터) 교수는 ‘한국인의 중독성과 회복에 대한 의학적 견해’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강원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학술대회가 22일부터 23일까지 1박 2일간 강릉시 라카이샌드파인에서 ‘한국인의 중독과 영성’이라는 주제로 전국에서 상담 전문가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신 교수는 “한국에서는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개인보다 집단 문화 형성에 집중돼 있다”며 “이러한 권력 의존 현상으로 개인이 집단에 비해 소홀히 여겨지면서 지나친 순종과 억압된 감정들이 알코올중독 등을 통해 표출될 수 있는 기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중독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 상담 등 정신과 치료 등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전문 분야의 팀웍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 교수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소위 ‘가족병’, ‘맏이병’으로 지나친 의무감에 시달려 중독 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신 교수는 “나보다 남을 생각하고 가족에서는 맏이로서, 아버지로서 등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should)가 커지다 보니, 내가 나의 삶의 주인이 되기보다 노예적 삶을 사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그래서 개인의 인성 무시 당하다보니 억압된 감정을 특정 물질 중독으로 풀어버리려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중독 회복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박노권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장은 “알코올 중독 300만, 도박 중독 500만 등 한국의 중독 질환 환자가 약 1000만명에 육박한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지 않은 것은 큰 불행”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을 회복하고 사회·윤리 도덕을 회복하는 것이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상규 꽃동네대학교 교수는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은 단주나 단도박이 목적이 아니다”며 “회복을 위해서는 중독자가 정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보고 수용해야 하며 전문가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독은 여러 심리 사회적, 영적 내용이 통합돼 발생하는 것이므로 회복을 위해서는 심리학적 고찰 뿐 아니라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박노권 학회장)가 주최하고 강원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센터장 최정헌), 강원상담학회(회장 권형자), 한국중독상담학회(회장 천성문)가 공동으로 주관해 개최됐다. 학술대회 후원은 관동대, 강릉시청, 강릉문화재단, 강릉시기독교연합회, 강원랜드 KLACC, 강릉중앙감리교회, 영동CBS, 영동극동방송 등이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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