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제발 이름 밝히지 말아 주세요’
김은주(16)양에게 간접적인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제보자 A양(16)은 수차례 이 말을 반복했습니다. 자신의 실명과 친구들에 대해 얘길 하면서도 몇 번이고 익명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또 대화를 나눌 때마다 아이피를 추적당하진 않을까, 기자가 학교에 자신의 이름을 말해버리진 않을까 계속 불안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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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양에 대해서 A양은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 친구를 김은주양과 그의 친구들이 둘러싼 후 괴롭히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고 다른 친구에게 숙제를 대신시키는 모습도 지켜봤다”고 말했습니다. 또 D중학교에서 대답을 피한 ‘강제전학’에 관해서도 “확실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수면 위로 띄우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학교에 남아 있는 김은주양과 친했던 친구들이 애꿎은 반 친구들을 의심하며 힘들게 하는데 그게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하다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폭력이 발생하면 바로 알려달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당당하게 TV방송에 나오는 반면 그 피해자는 혹시라도 자신의 신상이 알려질까 두려워 벌벌 떨고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요. K팝스타 제작진 측은 이슈메이커가 돼버린 김은주양을 계속해서 출연시키기로 결정한 듯 보입니다. “어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혀온 제작진에게 29일 재차 입장을 물으니 “출연 여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 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습니다.
물론 제작진도 고민이 컸을 것입니다. 이미 얼굴이 많이 알려진 참가자를 일방적으로 하차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방송출연을 하지 못한다면 김은주양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고 가수라는 꿈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낙인을 지울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옳은 일인가 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김은주양이 스타가 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폭력 피해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다수의 네티즌들도 “지상파 방송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은 가해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은주양이 비난 세례를 받는 것은 ‘인과응보’라는 겁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인성부터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이유로 지난 9월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SBS ‘송포유’도 일진미화 논란에 휩싸이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끝에 마무리됐습니다.
하차냐 강행이냐. 선뜻 한쪽을 택하기 힘든 상황인 것은 확실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K팝스타에 한 번 더 출연해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 후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때가 올 때까지 김은주양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K팝스타 제작진 측에서 이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기다려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논란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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