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적의 강사 김모(42)씨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있던 최모(20·여)씨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던 최씨는 파우치로 다리를 일부 가리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김씨는 최씨 앞을 지나면서 사진 2장을 찍었다가 카메라 촬영에 관한 성폭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죄가 인정되면 20년간 신상정보가 등록되는 무거운 죄다.
참여재판을 신청한 김씨는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성범죄자로 몰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호소했다. 김씨 측은 “최씨 같은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진을 간직하려고 촬영했다”며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위를 촬영한 게 아니라 전신사진을 찍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김씨 전화에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속칭 ‘야한 사진’이 몇 장 더 있다”며 “성적 의도를 갖고 촬영한 게 분명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그런 사진이 있다고 성적 의도가 인정된다면 성범죄로 처벌당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심원들은 논쟁 끝에 5명 무죄, 2명 유죄 의견으로 평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천대엽)은 평결을 받아들여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성이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는 공개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특정 부위를 부각시키지 않고 전신을 촬영한 것이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한 사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