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진격의 거인’ 김신욱(25·울산 현대)은 지난 1일 두 번 울었다.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그룹A(상위 스플릿) 시즌 최종전에서 팀이 0대 1로 패한 바람에 우승컵을 놓쳐 한 번 울었다. 당시 그는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해 더 속이 상했다. 그리고 FC 서울의 데얀(32)에게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겨 또 울었다. 그러나 이틀 후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환하게 웃었다.
김신욱은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113표 중 90표(79.6%)를 얻어 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상금 1000만원도 챙겼다. 지난 시즌 신인왕 출신으로 이번 시즌 포항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탠 ‘철인’ 이명주(23·12표)와 FC 서울의 주장으로서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끈 하대성(28·11표)은 김신욱에 밀렸다. 준우승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99년 플레이오프 끝에 준우승에 그친 부산의 안정환이 처음으로 준우승팀 선수로서 MVP를 차지했고, 2010년 준우승한 제주의 김은중이 MVP를 수상하며 두 번째 사례를 남겼다.
국내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이번 시즌 36경기에서 19골·6도움을 기록, 이번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25개)를 올린 선수가 됐다. 특히 19골 중 발로 11골(페널티킥 2골)을 넣어 ‘헤딩 노예’라는 편견을 깼다. 김신욱은 이번 시즌 데얀과 나란히 19골을 기록했으나 출장 경기 수가 더 많아 득점왕을 놓쳤다. 그러나 어느 시즌보다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우승 후보와 거리가 멀었던 울산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다. 자존심이 상한 김신욱은 와신상담했다. 약 4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신욱은 본업인 포스트플레이는 물론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드는 폭넓은 움직임과 정교한 패스 능력을 과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몇 달 사이에서 선수의 기량이 갑자기 늘기는 힘들다”고 했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김신욱의 노력과 발전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달 스위스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엔 김신욱에 대해 “제공권은 물론이고 테크닉도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신인상 대신 생긴 영플레이어상은 포항 공격수 고무열(23)이 차지했다. 2년 전 두 자릿수 골(10골)을 기록했지만 이승기(전북·당시 광주)에 밀려 신인상을 놓쳤던 고무열은 이번 시즌 8골, 5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감독상의 영예는 포항의 명장 황선홍(45) 감독에게 돌아갔다. 황 감독은 ‘삼촌 리더십’으로 이번 시즌 포항의 우승과 FA컵 2연패를 이끌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으로 달성한 성과여서 의미가 더 깊다.
데얀은 K리그 최초로 3년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며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데얀은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도 이름을 올려 기쁨이 더했다. 데얀의 팀 동료 몰리나(33)도 K리그 최초로 2년 연속 도움왕에 올랐다. 몰리나는 전북의 레오나르도와 함께 도움 13개를 기록했지만 레오나르도보다 2경기를 덜 치러 영광을 안았다. 특히 K리그 최초 3년 연속 두 자릿수 도움, K리그 최초 4년 연속 20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K리그의 새로운 기록들을 세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