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디션 프로 우승자 임다미 “바보 취급 받던 9살 소녀, 음악으로 인정받다”

호주 오디션 프로 우승자 임다미 “바보 취급 받던 9살 소녀, 음악으로 인정받다”

기사승인 2013-12-05 05:59:00

9살. 엄마와 남동생의 손을 잡고 호주로 이민을 갔던 한 소녀는 학교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았다. 영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그가 입을 떼기엔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은 소녀는 당당했고, 그 모습을 본 친구들과 선생님의 태도는 바뀌었다.

소녀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그 소녀는 지난 10월 호주에서 방송되는 세계적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디 엑스 팩터(The X Factor)’에서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바로 임다미(25)의 이야기다.

프로그램 초기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Hero)’를 불러 기립박수를 받은 그는 호주의 ‘수전 보일’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선 진출을 확정 지을 때 부른 아일랜드 밴드 U2의 ‘원(One)’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74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 4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임다미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민자로서의 어려움이었다”며 “음악으로만 나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쳤고, 방에서 몰래 노래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선 노래 할 용기가 나지 않아 집에서 녹음을 해가며 노래 실력을 쌓았던 그는 “이민 초기 핑클, 보아에 푹 빠져 지냈다”며 “지금도 김동률, 이적, 윤하의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고 밝혔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하고, 브리즈번에서 피아노·보컬 강사로 일하다 CCM 가수로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 3~4개월씩 와 교회나 청소년 수련회에서 노래를 했고, 호주에선 개인 레슨을 하기도 했다. 한국 활동을 하면서 남편과 몇 개월씩 떨어져 살아야 하는 어려움에 그는 호주 활동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한다.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서 미션곡 중에 모르는 곡이 많아 짧은 시간 안에 외우고 경연을 할 수준까지 연습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태어날 때부터 영어 노래를 듣고 자란 아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죠.”

한 단계 한 단계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한 그는 합숙 경연 마지막 날 가사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생방송 무대 진출이 좌절될 뻔 했다가 다른 참가자의 기권으로 극적인 기회를 얻어 결승까지 오르게 됐다.

“브릿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노래를 할 때 저의 멘토였던 대니가 할머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거든요. 리허설 중 대니가 눈물을 흘리며 ‘위로가 된다’고 했어요. 항상 노래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때 참 감사했어요.”

그는 “디 엑스 팩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모든 면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믿어주신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다. 우승자라는 책임감으로 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달 22일 발매된 데뷔앨범 ‘다미 임(Dami Im)’에는 경연 때 선보였던 곡 ‘히어로’, ‘원’ 등과 함께 신곡 ‘얼라이브(Alive)’가 실렸다. 이 곡은 발매와 동시에 호주 아이튠즈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음악은 사람들과의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호주에서 투어를 하느라 구체적인 계획을 잡진 못했지만 언젠간 한국에서도 꼭 활동하고 싶습니다. 멀리서 응원과 격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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