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장윤형 기자] 치킨게임 치닫는 한독과 도매협회 싸움, 국민 건강은 없다

[현장에서/장윤형 기자] 치킨게임 치닫는 한독과 도매협회 싸움, 국민 건강은 없다

기사승인 2013-12-06 17:17:00


최근 유통마진 인상안을 놓고 도매상 단체와 제약사인 ‘한독’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이는 제약협회가 회원사인 한독의 편을 들고 나서면서 전 제약업체 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도매업계는 한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의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한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제품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유통비용에 대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횡포를 자행해 왔다”며 “갑의 횡포를 중단하고 제품 공급에 필요한 최저비용 마진 8.8%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매업계는 한독 측에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한독은 정부의 약가 인하 등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5일 오후 황치엽 한국의약품도매협회장은 한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서울 역삼동 한독약품 본사 앞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한독 역시 최근 도매협회 1인 시위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독 측은 "당사는 기업의 존속과 미래를 위해 R&D 투자를 늘리며 생존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적자를 보면서 기업간 거래를 이어갈 수 없는 것처럼 당사를 타겟으로 한 도매협회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부당한 압력 행사"이라며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협하는 부당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약협회까지 가세해 도매협회의 이번 집단행동이 매우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참고로 김영진 한독회장은 한국제약협회 대외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독’만 갑의 횡포를 일삼는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을까. 도매업계에 따르면 한독 외에도 5~6개의 주요 다국적제약사들이 유통마진을 5%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오리지날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와 달리 한독은 자체 개발 오리지널의약품이 단 한개도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한독 의약품 공급이 중지돼도 국민 건강과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며 “한독이 가지고 있는 약은 다른 제약사에서도 가지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도매상에서는 한독과의 관계를 끊어도 다른 대체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씁쓸한 것은 자체 개발 오리지날 의약품이 없는 한독의 태도다. 한독은 도매협회를 비판하며 국민 건강을 담보로 시위를 하고 있다고 운운하는 한편, 자사가 R&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한독이 제약협회와 하나가 돼 도매협회에 대해 여론몰이를 하며 그들의 생존문제를 ‘담합’으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시선을 지울 수 없다. 또 한독은 다른 제약사로부터 약을 계약해 팔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역시 외국 회사로부터 제품을 수입해 오는 입장이기에 도매업계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는 회사다. 그럼에도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물론 도매협회 역시 한 회사만을 타깃으로 해 해당 기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힘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 리베이트 근절, 경기 악화, 제약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제약업계는 누가 ‘갑’인지 ‘을’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서로 한 발 물러서고 양보하지 않는다면 이 ‘치킨게임’의 승자는 없을 것이다. 약을 복용하는 것은 결국 환자요, 국민이다. 그들의 눈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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