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양봉음위(陽奉陰違)’라는 표현을 쓰며 당에 대한 배신자임을 강조했다. 또 불륜에 마약 경험까지 언급하며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장 부위원장 죄목이 포함된 결정서 분량만 3000자에 달한다.
◇장성택,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조선중앙통신은 9일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양봉음위란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배반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장 부위원장이 뒤에서 김정은 1인 지배체제에 배신을 일삼았다는 의미다. 이는 북한이 장 부위원장의 핵심 죄목으로 지목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와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장 부위원장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해 “장성택은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자기 주위에 신념이 떨떨한 자들, 아첨분자들을 끌어당겼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 당 대열에 우연히 끼어든 불순분자들” “우연분자” “이색분자”라고도 했다.
북한은 ‘장성택 일당’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명령에 불복했으며, 당의 노선을 집행하는 데에도 태만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제도 보위, 정책 보위, 인민 보위사업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장 부위원장이 장악한 당 행정부가 당의 노선과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장 부위원장의 측근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도 당 행정부 소속이다.
북한은 또 장 부위원장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국가재정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여성편력 등 사생활 맹비난=북한은 장 부위원장의 사생활도 집중 공격함으로써 숙청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장성택은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젖어 부정부패 행위를 감행하고 부화타락한 생활을 했다”며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고급식당의 뒤골방들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장 부위원장은 젊은 시절 여성 편력으로 부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별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경제시찰단에 포함돼 서울에 왔을 때도 룸살롱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북한은 심지어 장 부위원장의 마약 경험을 언급하며 “사상적으로 병들고 극도로 안일 해이된 데로부터 마약을 쓰고 당의 배려로 다른 나라에 병 치료를 가 있는 기간에는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녔다”고 적시했다. 북한은 모든 죄목을 열거한 뒤 “장성택 일당이 감행한 배은망덕한 범죄행위는 우리 당원들과 인민군장병들, 인민들의 치솟는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부 당국자는 “먼저 숙청된 이영호 전 총참모장은 ‘신변상 이유로 직위에서 해임한다’는 설명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몇 페이지에 걸쳐 개인 비리까지 낱낱이 열거했다”며 “이런 사례는 김정은 시대에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