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 10월 15일 현 회장 자택과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시작된 이번 수사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오전 9시 40분쯤 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현 회장은 침통한 얼굴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저희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께 대단히 죄송하다.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CP 투자자들에게 피해 보상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있는 것 아니겠나”고 답했다.
검찰은 현 회장을 상대로 그룹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한 것을 알면서도 임직원들에게 CP 판매를 독려했는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은폐한 것이 아닌지 등을 강하게 추궁했다. 검찰은 CP 발행 이면에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 회장은 “유동성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CP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CP 발행의 사기성 부분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은 지난 7∼9월 1568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지만, 10월 들어 동양을 포함해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발생했다.
현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0년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로 재직하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맏사위가 되면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