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영화 ‘용의자’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선사하는 액션의 수준엔 모두가 박수를 보낼 것이다. ‘용의자’는 포스터에 적힌 ‘초스피드 리얼 액션’이라는 문구처럼 짜릿한 액션 장면을 여럿 선보인다. 90억원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한국영화에선 그간 보기 힘들었던 장면도 수두룩하다. 아찔한 스카이다이빙, 긴장감 넘치는 맨손 암벽등반, 위험천만한 자동차 주행….
연출은 ‘구타유발자들’(2006) ‘세븐 데이즈’(2007) 등을 만든 원신연(44) 감독이 맡았다. 그는 영화 팸플릿에 적힌 작품 소개란에 이렇게 적고 있다. “한국의 리얼리즘 액션 영화가 다가갈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하고 싶었다. 액션의 극한을 체험하면서 스피디한 이야기 호흡과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은 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배우 공유(본명 공지철·34)는 원 감독이 자신하는 ‘마법에 걸린 것 같은 순간’, 바로 그 지점까지 관객을 인도하는 ‘용의자’의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통의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용의자’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나리오에 적힌 지문엔 각각의 액션 장면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었어요. 그걸 읽고 든 첫 소감은 이거였죠. ‘이 작품 선택하면 엄청 고생하겠구나(웃음).’ 하지만 감독님 만나서 얘길 나누다보니 출연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유라는 배우를 믿어주신 데 대한 고마움도 컸고요.”
공유가 연기한 인물은 아내와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탈북을 감행한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 지동철 역이다. 문제는 동철이 살해범의 행방을 추적하다 돌연 누명을 쓰게 된다는 것. 그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박 회장(송재호)을 살인한 용의자가 돼 쫓기는 신세가 된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건 공유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다. 그는 촬영에 돌입하기 전, 3개월간 고구마와 닭가슴살만 먹었다고 한다. “3개월이 지났을 때 내게 남은 건 굳은살과 피폐해진 정신밖에 없었다”고 밝힐 만큼 그가 치른 다이어트의 대가는 혹독했다.
“동철이는 대사가 거의 없어요. 대사가 거의 없을 때 배우가 배역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몸과 눈빛 밖에 없죠. 관객들에게 ‘제 몸 멋지지 않아요?’라고 자랑하기 위해 몸을 만든 건 아니에요. 실제로 ‘나 멋있죠?’라는 느낌을 주는, 폼을 잡는 장면은 하나도 없어요. 동철이라는 인물을 표현해내기 위해, 이 남자가 겪은 고생과 느끼고 있는 고독을 몸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어요.”
2001년 드라마 ‘학교 4’(KBS2)를 통해 데뷔한 공유가 톱스타로 거듭난 건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MBC)을 통해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연기인생 터닝 포인트라 여기는 작품은 영화 ‘도가니’(2011)다. ‘도가니’는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가 공지영이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작품은 개봉 당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도가니’가 일으킨 사회적 현상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배우가 단순히 대중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인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배우가 뭔가를 훈계하는 위치에 있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이런 세상도 있습니다’라는 걸 전해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단 걸 느꼈어요. 기회가 된다면 의미 있는 영화를 제작하거나 기획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공유는 인터뷰 내내 “‘용의자’가 꼭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이 묻어나는 발언은 쉼 없이 이어졌다.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했다. 그들에게서 ‘전우애’를 느꼈을 정도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렇게 흥행이 간절했던 건 처음이다” “영화가 잘 돼서 속편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다”…. 24일 개봉. 15세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