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그라운드의 승부사’ 박종환(75) 감독이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한 성남시민축구단(가칭)의 초대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성남시는 박종환, 허정무, 신태용, 안익수 등 4명을 새 사령탑 후보군으로 압축해 놓고 고심한 끝에 박 감독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11월 대구 FC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약 7년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박 감독은 프로축구 역대 최고령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성남 시민구단 창단 태스크포스는 다음 주에 박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41년 동안 지도자를 해왔다. 못할 것이 없다. K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계약 조건에 대해선 백지 위임했다”고 말했다.
춘천 출신인 박 감독은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현 FIFA 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의 사상 첫 4강 진출 신화를 이뤄내 탁월한 지도자 능력을 인정받았다. 성남 일화 감독으로선 1993년부터 K리그 3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강한 체력, 스피드, 조직력을 앞세운 ‘벌떼 축구’로 명성을 날렸다.
성남시가 ‘올드 보이’ 박종환을 선택한 것은 재창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성남시는 성적을 내면서 경기장도 썰렁하지 않게 할 감독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박종환이라는 이름값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고, 40∼50대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선임 배경을 전했다.
최용수(40), 황선홍(45) 등 ‘40대 기수론’이 대세인 한국 프로축구계에서 박 감독의 재등장은 화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해외 축구계에서도 70대 현역 감독은 흔치 않다. 알렉스 퍼거슨(72)감독은 지난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났다.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지오바니 트라파토니(74) 감독은 지난 9월까지 아일랜드 국가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최근 일본, 미국, 이탈리아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백전노장으로는 스페인 축구의 황금기를 가져온 루이스 아라고네스(75) 감독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김응용(72) 감독이 지난 시즌 한화를 재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8년 만에 현장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한 사례가 있다.
물론 나이와 지도력엔 상관관계가 없지만 박 감독이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현대 축구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성남은 시민구단으로서 몸값이 비싼 선수를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쉬는 동안에도 축구 공부를 많이 했다. 새로워진 축구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성남 일화에서 3연패를 달성했을 때에도 선수단 구성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