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일본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혼혈 방송인이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독일 총리가 히틀러 무덤 찾는 격’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하자 일본의 ‘넷우익’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TV의 한 시사예능프로그램 진행자는 26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소식을 전하며 “한국과 중국의 역사인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주변국과 사이가 좋은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유럽 같은 경우도 그렇게 나라가 붙어 있어도 사이가 좋은 경우는 잘 없지 않나”라며 하루카 크리스틴(21·본명 사토 하루카)을 향해 질문했다.
이에 하루카는 “해외에서도 이 상황과 비교되는 것을 찾아보면, 유럽인들 시각에서 독일 총리가 히틀러의 묘를 참배한 것과 같다고 여기지 않을까.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아베 총리를 유대인들을 학살한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방송되자 ‘혐한’의 본거지 ‘2CH(2채널)’ 등 넷우익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하루카에 대해 “혼혈이라서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를 모르나”, “당장 일본을 떠나라”, “나이도 어린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또 일부는 “아베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하다니 참을 수 없다”면서 ‘공개적으로 사죄하라’고 요구하거나 ‘방송 활동을 못하게 만들겠다’면서 협박을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인들의 폐쇄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부지만 있었다. 한 일본 네티즌은 “과거 일본의 만행을 겪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생각은 하루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루카는 일본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이국적인 외모로 일본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일본의 명문대학인 죠치대 신문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그동안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길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으로 정치 서적도 출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총리 취임 1년을 기념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현직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246만명이 합사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