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타렉 사피에딘(28·벨기에)의 오른발 로킥이 잇따라 임현규(29·코리안탑팀)의 왼쪽 허벅지를 강타했다. 마치 도끼로 거목을 찍어 때는 것 같았다. 임현규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눈빛은 살아 있었다. 쓰러지고 또 쓰려졌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임현규는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사피에딘을 향해 끊임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4라운드 중반 임현규의 투혼에 감동한 관중이 그의 성인 ‘림(Lim)’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1분 20초 전 임현규는 머리에 하이킥을 맞았지만 쓰러지지 않고 더 때려 보라는 듯 포효했다. 임현규는 ‘막판 러시’로 사피에딘을 그로기 직전의 상태로 몰아붙였다.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멋진 한 판 승부였다.
한국 종합격투기의 차세대 대표주자 임현규는 지난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34 인 싱가포르’ 메인 이벤트에서 사피에딘에게 5라운드 전원일치 판정패했다. 임현규는 지난해 3월 치른 UFC 데뷔전에서 마르셀로 구에마레스를 니킥으로 꺾은 뒤 8월 대회에서 파스칼 크라우스를 또 니킥으로 잡아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웰터급 랭킹 12위이자 전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 사피에딘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불굴의 투혼은 싱가포르를 뜨겁게 달궜다. 1라운드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친 임현규는 2라운드부터 여러 차례 로킥을 허용하며 기세가 꺾였다.
곧 포기할 것 같았던 임현규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의 투혼은 경기 막판에 빛났다. 마지막 힘을 짜낸 임현규는 안면 펀치와 니킥으로 사피에딘을 몰아붙였다. 사색이 된 사피에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경기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사피에딘과 임현규는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펼친 선수에게 주는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상과 상금 5만 달러(약 5300만원)를 받았다.
임현규가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외신 기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임현규는 “꼭 승리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경기 중에 내가 너무 흥분했다. 반면 사피에딘은 침착하게 경기 잘 풀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마크 피셔 UFC 아시아지부 대표는 “임현규는 전사이며 영웅이다. 그는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라고 극찬했다. 한편,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27·팀매드)는 밴텀급 경기에서 일본의 시미즈 순이치에게 3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