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모(73)씨는 인천 부평구 자신의 다가구주택 1층에 10년째 세 들어 살고 있던 조모(51)씨 부부와 층간소음 문제로 자주 다퉜다. 조씨가 2012년 설치한 샌드백 때문에 시끄럽다는 이유였다. 임씨는 조씨 부부 바로 위층에 살고 있었다. 지난해 3월쯤 조씨 부부에게 이사하라고 요구했으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조씨는 지난해 5월 임씨와 소음 문제로 다투다 “이제 샌드백도 없는데 왜 시끄럽다고 하냐. 집주인이면 다냐”라며 욕설을 했다. 화가 난 임씨는 길이 60㎝ 손도끼를 들고 가 조씨 부부에게 휘둘렀다. 조씨 부부의 팔에 상처를 입히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집에 있던 10ℓ들이 휘발유통을 들고 왔다.
임씨는 조씨와의 층간소음 갈등 때문에 한 달 전부터 휘발유를 준비해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 집 현관문을 도끼로 부수고 들어간 임씨는 휘발유를 거실 바닥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집에서 놀고 있던 조씨 부부의 딸(당시 26세)과 딸의 남자친구(24세)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질식과 화상으로 숨졌다. 임씨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임씨는 고령이고 지금까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왔다”면서도 “층간소음이라는 사소한 분쟁 때문에 도끼를 휘두른 것도 모자라 주거지에 불을 질러 무고한 2명의 생명을 빼앗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형이 무겁다며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동오)는 9일 “당시 피해자들이 받았을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임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임씨도 이번 범행으로 몸의 40%에 2~3도 화상을 입은 점은 고려할 만하다”면서도 “임씨가 피해자들의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아직까지 아무런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앞으로 피해가 되돌려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