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위스 장관은 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일본과 프랑스의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마친 뒤 “(신사 참배 논란에 대해) 전몰자에 대한 존숭(尊崇)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미묘한 문제”라며 “정치가가 아닌 역사학자가 먼저 다뤄야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전몰자 존숭’은 아베 총리나 일본 보수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역사학자를 거론한 것도 아베 총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했던 과거 발언과 비슷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기자들로부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역사가가 다룰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한 바 있다.
파비위스 장관은 “우호 관계를 쌓으려면 과거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열린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이 일제히 아베 총리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2차 세계대전의 피해국인 프랑스가 당시 전범국가인 일본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신사 참배 이후에도) 일본의 역사 인식이나 외교 자세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국제사회의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점을 의식한 듯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외교의 첫 무대를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삼았다.
아베 총리는 오만을 방문해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에게 “적극적 평화주의에 따라 중동 지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집단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송로인 페르시아만과 인도양 등에서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카부스 국왕은 “일본의 외교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답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