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부모vs학부모-기적의 카페', 중고생 둔 부모 '다시보기' 필수인 이유

SBS '부모vs학부모-기적의 카페', 중고생 둔 부모 '다시보기' 필수인 이유

기사승인 2014-01-13 13:42: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12일 밤 SBS 스페셜 ‘부모vs학부모-기적의 카페’를 본 시청자는 기적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학습전문가와 함께 6개월 간 ‘학부모가 아닌 부모’ 자격 훈련을 받으면서 자녀를 대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카페에 참여한 ‘학부모 엄마’들 생각은 이랬습니다.

“아이가 다섯 살 이후 모든 관심이 그 아이 공부였다.”

“한 번 성적 떨어지면 끝장이다. 나 죽으면 어떡하지? 저 (공부 안하는) 인간…”

2. 반면, 중고생 자녀는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공부하라는 엄마 때문에 공부가 더 싫어졌어요.”

“부모에게 성적표를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집안 시끄러워 질까봐. ‘이걸 성적이라고 받아왔냐? (네 과외비는) 땅 파서 나오는 것도 아닌데’ 라는 소리를 듣거든요.”

3. 제작진은 멘토링을 통해 학부모로만 살았던 엄마들을 이끕니다.

“강의 들어보니 모두 제 잘못이었어요”

“아이가 제 아바타였어요.”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볼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부모의 단순한 생각 변화가 바로 ‘기적’을 낳습니다. 유행어, ‘기적 참 쉽죠~잉’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기적 같은 일’이 손만 뻗으면 가능했습니다. 그걸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줬습니다.

4. 이 카페에 참여한 엄마들은 감정을 누르고, 참고 기다려 주는 걸 배웠습니다. 정히 할 말이 있으면 메모를 통해 쓰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5. 중간고사 기간.

관찰카메라를 설치한 준성이네 집에서 ‘말짱 도루묵’ 상황이 펼쳐집니다.
준성이 엄마는 아이 방을 수시로 드나들며 잔소리를 합니다.

“영어 왜 안했어. 내일 모레가 시험 아냐? 이것도 안 끝내고 TV가 눈에 들어오니? 미친 거 아냐?”

쏟아지는 엄마 잔소리에 준성이는 “300문제나 되는 걸 어떻게 풀어?” 한마디 하고 입을 닫습니다.
준성이는 엄마가 나가자 문제 답안지를 베낍니다. 엄마를 속이기 위해 공부한 척 하는 거죠.

이 화면을 엄마, 아빠, 준성이가 방송사 내 ‘기적의 카페’로 찾아가 함께 봅니다. 엄마는 충격을 받습니다. “(준성이가 그러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라며 당혹해 합니다.

6. 민석이 아빠도 중간고사 기간에 민석이를 잡습니다.

“다음주 시험이잖어! 그런데 밤 12시 반이 되도록 놀다 들어온 게 말이 돼? 너 막노동하고, 네 친구들 의사, 판·검사되면 너 만나줄 거 같아? 이 바보야!”

7. 기적의 카페’ 참가 가족은 상담과 캠프를 통해 소통을 높여 나갑니다. 그리고 6개월이 됐을 때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공부방에 들어갈 땐 핸드폰을 놓고 가는 아이, 아예 핸드폰을 안 쓰겠다고 선언하는 아이가 생깁니다.

8. 상수가 말합니다.

“성적에만 연연하는 엄마가 변하리라고 기대 안했어요. 엄마가 변하니 저도 변하게 됐어요.”

그렇게 부모와 소통이 이뤄진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고, 스스로 노력합니다.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니 아이들이 확 변한 겁니다.

9. 준성 엄마와 민석 아빠 태도가 ‘학부모’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그 견고한 ‘학부모’의 자세가 얼마나 자녀에게 상처를 주고, 자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지에 대해 프로그램은 신랄한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아이는 어른이 아닌데, 아이에게 어른인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며 살아가도록 종용하는 학부모들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아바타였던 거죠.

10. ‘기적의 카페’에 입소하기 전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은 자녀 얘기를 하며 웁니다. 공부 안하는 것이 속상해 웁니다. 또 그 자녀들도 엄마, 아빠 얘기를 하며 웁니다. 부모의 뜻을 따라주지 못해 우는 거지요.

그 울음은 내 자식이, 내 부모가 아무리 미워도 사랑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우리는 소통의 방법을 몰라 이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11. 제작진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개월이란 긴 기간 동안 동력을 잃지 않고 앵글을 주제에 맞춰 나가는 힘이 놀랍습니다. 아이나 부모의 날카로운 감정선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당위성을 바탕으로 설득해야 했었겠지요. 전구색 따스한 화면도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제작진에게 아침에 시청률 그래프 내밀며 압박 넣는 상황이 없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명품’은 컨베이어벨트의 합성수지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장인에 맡기고 기다려 줘야 합니다. 그걸 보여준 프로그램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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