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요 수사 번번이 법원 벽에 무릎… 공통점은 '수사 미진'

검찰 주요 수사 번번이 법원 벽에 무릎… 공통점은 '수사 미진'

기사승인 2014-01-16 18:02:01
[쿠키 사회] 검찰이 장시간 수사한 주요 사건의 구속영장이 연이어 법원에서 기각되고 있다. 특히 ‘범죄혐의 소명 부족’이 주요 기각 사유로 지적되고 있어 검찰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퇴짜를 맞을 때마다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해 왔지만, 부실 수사 혹은 밀어붙이기식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석채(69) 전 KT 회장은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16일 오전 0시4분 풀려났다. 이 전 회장은 심경이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No)”라고만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첫 고발이 된 이후 11개월 가까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례적일 만큼의 3차례 압수수색과 4차례 소환 조사를 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이를 두고 검찰 수사가 이 전 회장의 ‘퇴진 압박 카드’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은 새로 도입된 부장검사들의 수사협의회 논의를 거쳐 지난 9일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참여연대 등이 고발할 때 제시한 범행 액수는 1000억원대였지만, 검찰은 10분의 1 수준인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만 범죄 사실에 넣었다.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최소한의 범위만 잡은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이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지난달 17일에는 채동욱 전 검찰청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개인정보 유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청구됐던 조오영(54) 전 청와대 행정관과 조이제(53)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의 구속영장이 나란히 기각됐다. 심리를 맡은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검찰은 “부실 심사를 통한 부실 기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영장 재청구나 기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과 주임 검사를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냈다가 수사팀 ‘와해’라는 지적이 나오자, 신임 3부장이 주임을 맡되 기존 수사팀은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달 19일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쓴 맛을 봤다. 전휴재 영장전담 판사 역시 “범죄 소명 미흡”을 사유로 밝혔다. 고령과 지병 등이 감안됐다 해도 검찰이 대기업 총수에 대해 작심하고 수사해서 넣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드물다. 검찰은 결국 7900억원대 분식회계·조세포탈·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하고도 지난 9일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엘리트 검사’들이 모였다는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사건이 수사 미진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명에게 돌아가며 기각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원로는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엄격해 지고 있는데, 검찰 수사 능력은 예전보다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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