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거액을 챙겨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해외 사모펀드 론스타가 과세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해 1000억원대 법인세를 납부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론스타가 “1040억 상당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론스타가 국내에서 세금을 회피하려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짰다”고 지적했다.

론스타와 과세 당국의 악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1년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1000억여원에 산 후 3년 만에 팔아 2500억여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벨기에 법인을 이용해 거래를 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는 논리였다. 론스타는 당시 직원이 1명인 벨기에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스타타워를 거래했다. 론스타는 한국 투자 당시부터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국과 벨기에의 법률과 제도를 집중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삼세무서는 2005년 ‘벨기에 법인은 조세 회피를 위해 만든 유령 회사’라며 론스타에 1000억여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론스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세금 소송 1차전은 론스타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법원은 2012년 “법인격인 론스타에 개인에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며 론스타 손을 들어줬다. 다만 “론스타에 법인세를 매길 수는 있다”며 과세 당국의 승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역삼세무서는 이후 론스타에 1040억여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론스타는 다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법인세를 부과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벨기에 법인은 투자의 효율적인 관리보다는 조세회피를 위해 사용된 회사”라며 “론스타가 스타타워 매각으로 실질적 이득을 봤으므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을 3조9150억원에 팔 때 국세청이 부과한 법인세 3915억원을 돌려달라’며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내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한국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며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진행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