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 터지겠는데 참으라고” 사망 훈련병 편지 인터넷 술렁… 유족 “가혹행위” 의혹 제기

“방광 터지겠는데 참으라고” 사망 훈련병 편지 인터넷 술렁… 유족 “가혹행위” 의혹 제기

기사승인 2014-01-20 11:32:01

[쿠키 사회] “분대장한테 나 방광 터지겠다고 괴롭다고 바지에 싸기 일보직전이라(고했)는데, 하는 소리가 ‘참아’ 하는 거야.”

“바지에 오줌 지렸다고 정신에 이상이 있다고 정신과 상담을 보내려 그러데? 지금 심정으론 총이 있다면 쏴 죽이고(싶다)….”

오줌이 자주 마려운 빈뇨 증세를 호소하던 육군 훈련병 이모(20)씨가 치료 도중 사망한 사건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훈련소 조교들이 잠을 재우지 않거나 소변을 못 보게 했다는 이씨 편지가 페이스북에 올랐기 때문인데,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해당 부대는 그러나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20일 이씨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훈련도중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숨지기 직전 유족에게 보냈다.

유족이 공개한 편지에서 이씨는 ‘조교들이 음료수를 반 모금 마셨다는 이유로 나를 30분만 잠을 재우고 다음날 모든 훈련에 참가시켰다’거나 ‘소변을 보고 싶은데 내 요청을 묵살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바지에 소변을 보자 조교들이 자신을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의심까지 했다고 적었다.

육군에 따르면 보병 제50사단 훈련병 이씨는 지난 15일 오전 8시쯤 아침 식사 중 쓰러졌고, 국군대구병원을 거쳐 당일 오후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9일 오전 7시15분쯤 숨을 거뒀다. 육군은 병원이 이씨의 사인으로 급성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호흡 곤란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대학을 다니던 이씨는 지난달 17일 신병교육대에 들어와 훈련을 받아왔으며 오는 23일 퇴소해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훈련 기간 네 차례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면서 부대 군의관의 진료를 받았고 지난 13일에는 오줌이 자주 마려운 빈뇨 증세로 국군대구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음날 하루 훈련을 쉰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가혹행위 의혹 이외에도 이씨가 평소 급성 당뇨합병증과 관련한 질병을 앓은 적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군 수사팀이 이씨가 쓴 편지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 누나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군 수사팀과 만났는데 그 중 한 명이 편지가 한 장 더 있다고 말했다”면서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은 동생 편지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씨 누나는 이어 군이 시신 부검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며 고발했다.

이씨 누나는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신청했는데 군 수사팀에서는 애초 한 달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다”면서 “우리가 다른 병원에서 직접 부검을 하겠다고 말하자 군 수사팀은 그제서야 당장 내일(20일) 군 병원에서 부검을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의 편지가 오르내리자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인터넷에는 “나도 자식 있는데 불안해서 군대 못 보내겠다”라거나 “아들이 군대에 있는데 너무 불안하다”는 비난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또 다른 편지 한통은 오늘(20일) 오전 유족에게 사본으로 전달했다”며 “부검 시기를 속였다는 주장도 부검결과가 한 달 정도 나온다는 설명을 유족이 오해하면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편지 내 기술된 가혹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이 어느 땐데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오정훈 기자 oik416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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