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2일 건설업자로부터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6275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기소된 원 전 원장은 24일 구속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원 전 원장은 2009∼2010년 황보연(63)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홈플러스 연수원 신축 공사에 필요한 산림청 허가를 받게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현금 1억2000만원과 미화 3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400만원 상당의 20돈 순금 십장생과 스와로브스키 호랑이 크리스털을 받은 혐의도 있다. 원 전 원장은 황씨의 청탁을 받고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과 산림청장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황보건설의 비자금 금고 입출금 내역과 황씨의 수첩 등 객관적 증거에 비춰 원 전 원장이 현금과 미화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 안보를 담당하고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정원장으로서 공직 사회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한 죄가 무겁다”며 “피고인이 평소에도 황씨로부터 수시로 고가 선물과 골프 접대를 받은 사정을 볼 때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순금 십장생과 호랑이 크리스털에 대해서는 “청탁과 관련해 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하고 추징 대상에서 제외했다. 황씨는 지난 재판에서 “십장생 등은 단순 생일선물로 전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은 선고가 끝나자 옅은 웃음을 지었고 변호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피고인 통로로 빠져나갔다. 원 전 원장은 지난 6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같은 재판부에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27일 열릴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