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치 폭락의 여파가 주초부터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다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악재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신흥국에서의 자본 이탈에 따른 금융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7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5300억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우리나라는 경제 체질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금융 및 경기 불안은 궁극적으로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의 글로벌 주식 추락은 지난주 후반부터 불거진 신흥국 금융위기가 결정적이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본 이탈이 가시화하자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이달에만 20% 정도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터키 리라화는 이날 달러당 2.361리라에 거래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달러당 11.1543랜드로 전날보다 0.59%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20개 신흥국 통화가치를 집계하는 신흥국 통화지수는 이날 89.7458로 2009년 4월 말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금융시장의 동요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등 신흥국 경제는 성장세가 정점을 지난 데다 경제 여건에 따라 외국 자본의 이탈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는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로서는 궁극적으로 악재가 될 수밖에 없어 내수 강화 등 경제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385.83포인트(2.51%) 급락한 15,005.73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장중 101.77엔까지 급등했다. 대부분의 아시아 주가지수가 1%대 안팎으로 주저앉았고 이날 밤 11시 현재 유럽 증시도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 증시도 세계 증시 도미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무너지는 등 전 거래일보다 30.22포인트(1.56%) 내린 1910.34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시장에서 5282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셀코리아’를 실현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