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가 1000억원 이상 부지만 11곳
국토교통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3일 제출한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전 부동산 매각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각 중이거나 매각 예정인 공공기관 부지는 모두 54곳이다. 매각 대상 전체 규모는 246만4057㎡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85%다. 장부가로는 모두 5조7101억원이고, 시가는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장부가가 1000억원 이상인 곳이 11곳에 이를 만큼 ‘알짜배기’ 땅이 많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곳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의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7만9342㎡)다. 한전이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이전함에 따라 비게 될 땅이다. 길 건너에 코엑스와 호텔, 백화점을 둔 서울 강남 한복판의 땅이 사실상 공터가 되는 셈이어서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곳이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뚝섬에 추진 중인 신사옥이 규제로 무산될 경우 이곳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자본을 비롯한 일부 민간 자본도 용도변경 뒤 개발 차익을 노리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부지(20만4007㎡)와 옛 주택공사 사옥(3만7998㎡), 옛 토지공사 사옥(4만5728㎡)도 장부가가 3000억원 안팎인 금싸라기 땅이다. 서울에서는 중구의 한국관광공사 사옥(2881㎡)과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8926㎡)·신용보증기금(2845㎡) 사옥 등이 장부가 1000억원을 넘는다.
헐값 매각·특혜 우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각 공공기관이 제값을 받고 부지를 처분할 수 있느냐다. 이들 공공기관 부지 54곳 가운데 21곳이 이미 3차례 이상 유찰된 상태다. 1~2년 사이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는 것도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현실적으로 수천억~수조원 짜리 매물을 살 여력을 가진 곳은 대기업이나 거대 외국계 자본이다. 이들에게 땅이 넘어갈 경우 매각 방법에 따라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는 매각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