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서 기쁘지만…”… 찜찜한 ‘페북 실종녀’ 사건

“찾아서 기쁘지만…”… 찜찜한 ‘페북 실종녀’ 사건

기사승인 2014-02-03 17:48:00

[쿠키 사회] 대구에서 10대 소녀가 실종됐다며 인터넷으로 도움을 호소한 일명 ‘페북 실종녀’ 사건이 단순 가출사건으로 마무리됐다. 인터넷에서는 그러나 소녀의 얼굴 사진과 가족들의 휴대전화 번호 등이 그대로 노출돼 엉뚱한 피해가 우려된다.

경찰청 온라인소통계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J양(16)이 이날 오전 11시50분쯤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알렸다.

경찰청은 “지난 1일 112 신고를 접수하고 J양의 프로파일링을 작성한 뒤 수색을 시작했다”며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탐문을 실시하고 동선을 파악하며 CCTV까지 분석했는데 다행히 부산경찰의 도움을 받아 J양을 찾았다”고 전했다.

앞서 J양 가족의 지인은 페이스북에 ‘설날 대구 외할머니댁을 찾은 J양이 1일 오후 4시쯤 동네 한바퀴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나간 뒤 휴대전화도 놓고 2일 새벽 3시3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지인은 이어 “경찰에서도 찾고 있지만 인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여러분 도와달라. 낯선 곳에서 범죄에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나 애가 탄다”며 J양 모친의 휴대전화와 사진 서너장을 올리며 도움을 호소했다.

호소글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유명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도 “부디 아무 탈 없이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글과 함께 오르내렸다.

사건은 다행히 단순 가출로 이틀만에 판명됐지만 문제는 인터넷에서 J양의 신상정보가 여전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이 꼬마가 네티즌을 걱정시킨 가출 소녀구만”이라거나 “얼굴까지 알려져서 이제 가출도 못하겠네”라는 글이 이어졌다.

상황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빗겨가자 경찰청이 나섰다. 경찰청 온라인소통계는 페이스북에서 “페이스북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구 여학생 실종’과 관련, 해당 학생을 찾아 부모님 품으로 돌려 보냈으니 신원 유포나 추측성 글 등의 확산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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