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는 개인정보보호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주민등록번호제도 개편 검토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안행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개편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대다수 거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한 번 유출되면 2차, 3차 피해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며 “외국 사례를 참고해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우선 주민등록번호를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발행번호는 개인의 특성을 유추할 수 없는 무작위 번호로 생성되는데다 필요 시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행부는 2012년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사용제한 및 발행번호 도입방안 연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주민등록증 발행번호가 주민등록번호 대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도입될 수 있도록 단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였다. 안행부는 용역 결과를 주민등록증 발행번호 사용을 위한 세부 정책 개발과 단계적 추진계획 수립, 관계법령 개선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안행부는 또한 온라인 신원확인번호인 아이핀(I-PIN) 보급 확대도 추진 중이다.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아이핀은 단순한 13자리로 구성돼 있고 언제든 변경 및 폐지가 가능해 개인정보 보호에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행부 관계자는 “아이핀 보급을 활성화하는 등 각종 거래 시 주민등록번호 대체 채널을 다양화하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등록증 발행번호 대체가 기존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어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발행번호를 통해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아이핀도 이를 관리하는 정보회사가 해킹을 당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등에서는 개인에게 강제로 번호를 붙이는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고, 외국처럼 최소한의 개인 식별을 위해 무의미한 난수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일의 신분증에도 번호가 있지만 이는 개인정보가 담기지 않은 일련번호일 뿐이다. 독일은 또 신분증법을 통해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도 신분증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신청할 경우 사회보장번호(SSN)를 준다. 하지만 번호 자체에는 별 의미가 없어 개인정보를 유추할 수 없다. 또 범죄에 번호가 이용되면 바꿔 받을 수 있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부여된 무의미한 난수번호 조차도 공공부문이나 복지서비스 등 최소한의 영역에서 사용하고 민간에서는 일체 사용을 금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기존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자가 보유한 주민등록번호를 전부 암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오는 8월 7일부터는 법령에서 정한 경우 외에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일체 금지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