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근절하기로 공약한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의 피해 보상을 위한 보험 상품이 다음달 출시된다.
하지만 기존의 상해보험상품과 중복된 부분이 많은데다 정신적 피해 보상액 산정의 어려움이 만만찮아 자칫 또 다른 관치성 졸속작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상품 출시 시점을 예상보다 크게 앞당긴 것으로 알려져 정보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용 아니냐는 지적마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3월부터 4대악 취약계층에 우선 적용
금융당국의 의뢰로 지난해 하반기 상품 개발을 시작한 현대해상은 4일 “이달안에 보험개발원에 요율 산정 의뢰가 들어가고 금융위의 상품 허가 등을 거쳐 다음달 중 4대악 보험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4대악 보상 보험은 일반 상해보험에다 정신적 피해까지 보장하는 위자료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학교폭력이나 성폭력시 치료비와 더불어 특약에 따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최대 100만원까지 정액 보상이 가능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기금을 조성해 취약계층의 무료 보험 가입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상자만 최대 10여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취약계층에 이은 일반인의 4대 악 보상 보험 가입은 이르면 4월 중에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일반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라면서 "일반인도 4월 중에 4대 악 보상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는 월 몇 천원에서 1만~2만 원대다.
4대악 척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이번 상품개발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동원해 4대 악 제거를 시도함과 동시에 관련 보험으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위해 4대악 보상 보험을 차질 없이 출시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바 있다.
졸속·전시성 상품 우려, 왜 이 시점에 발표?
취지는 좋지만 업계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상품이 수익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통령 공약에 연연한 금융당국발 전시성 작품”이라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학교폭력 성폭력 등 4대악에 대해서는 기존의 상해 및 질병보험과 여러 가지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며 “당국의 제안을 받은 많은 보험사들이 경제성 등을 고려해 상품 개발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해상조차도 “취약계층 보호가 우선일 뿐 실익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지급하는 것은 각종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정신적 피해는 주관적 요인이어서 유사한 사안이라도 피해자에 따라 보험금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한 분쟁 가능성도 높다. 음식물 사고의 경우 물적 증거 확보도 어렵다.
보험사기에 대한 악용도 우려된다. 보험사기가 만연된 상황에서 정신적 피해를 과장해 쉽게 돈을 타 내려는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
상품출시 시점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측은 당초 6월말쯤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당국의 재촉으로 3개월 가량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정보유출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돌리려는 차원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