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총리는 오는 11일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는 5일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지도부를 조만간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회동 결과도) 밖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더라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를 영입하기 위한 당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총리는 호남 출신에다 대법관과 감사원장 등을 지내 경력이 화려하다”면서 “지역적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출마해 경선에 뛰어준다면 우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정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끝난 뒤 30분간 황우여 대표를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조만간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박원순 시장이 열심히 하시는데 제가 새로운 관점에서 서울시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며 “늦기 전에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 신탁문제 등) 모든 문제를 다 포함해 이런 결정을 하는데 제도적인 어려움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안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 했고, 김 전 총리와의 경선 여부에 대해선 “출마를 결정하면 말씀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 의원이 1983년부터 31년간 맡아온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직에서 갑자기 물러난 것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이사장을 한지 워낙 오래됐고 학원 운영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그만둔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두 거물급 인사 간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서울에 지역구가 있으면서 7선 국회의원인 정 의원이 조직과 인지도 측면에서 앞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친박(親朴) 주류가 김 전 총리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판세를 장담하긴 힘들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박심’(박근혜대통령의 의중)이 누구를 낙점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친박 주류가 김 전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경우 판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