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교도소에서 숫자로 된 암호 편지를 주고받으며 말을 맞춘 마약사범들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백용하)는 히로뽕 소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다른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친구에게 거짓 증언을 시킨 혐의(위증교사)로 이모(32)씨를 추가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의 요구대로 법정에서 위증한 강모(28)씨도 기소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씨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8월 역시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군산교도소에 있던 강씨에게 숫자와 수식이 기묘하게 나열된 편지를 보냈다. 영문으로 ‘너 수학문제 좋아하지. 풀어봐’라고 한 뒤 ‘20.8.5+16.9.7.19-6.15.21.14.4-19.8.9.20-9.14+20.8.5-16.1.4…’라고 적었다. 이씨는 이런 식의 편지를 수차례 강씨에게 전달했다.

이씨가 보낸 것은 수학문제가 아니라 암호문이었다. 이씨는 A부터 Z까지의 알파벳에 1~26의 숫자를 순서대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교도관의 감시를 피할 비밀 메시지를 만들었다.

‘20.8.5+16.9.7.19-6.15.21.14.4’의 경우 ‘The pigs found shit(경찰이 마약을 발견했다)’이란 뜻이 된다. 두 사람이 미국에서 수년간 친구로 지냈기에 이런 식의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이씨는 암호문으로 ‘증인으로 소환되면 네가 구속되기 전에 네 친구가 내가 전에 말한 장소에 히로뽕을 두고 갔다고 말하라’ 등의 의사를 전했다. 강씨는 같은 해 11월 이씨 재판에 나와 이씨가 시킨 대로 거짓말을 했다.

검찰은 강씨의 위증을 의심하고 그의 교도소 방을 압수수색해 편지를 발견했다. 이후 다각도로 숫자와 수식을 분석한 끝에 암호 구조를 파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