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7일 쌍용차 해고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노동자들은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 재판부는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던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구조적이고 계속적인 위기가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재무제표에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진은 2008년 ‘쌍용차의 미래 가치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며 쌍용차 손익계산서에서 5167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이에 따라 1861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이 7110억원이 됐다. 사측은 재무상태 악화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해고자들은 회사 측이 정리해고 정당화를 위해 손실을 부풀렸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신차종 판매 계획을 전혀 포함시키지 않은 채 손실을 계산한 재무제표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당 재무제표는 쌍용차가 기존 제품 생산을 종료한 후 2013년까지 신차를 전혀 개발·판매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작성됐다.
재판부는 정리해고의 다른 근거들도 조목조목 배척했다. 쌍용차는 자동차 1대 제조에 들어가는 노동시간이 타사에 비해 높아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동시간은 소형차인지 대형차인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순히 경쟁사보다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생산성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5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가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도 위기의 원인이 됐는데 이는 정리해고보다는 대주주 교체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해고된 기능직 근로자들은 자동차산업에 중추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신규인력으로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쌍용차가 해고를 피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대기업인 쌍용차는 중소기업보다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도 더 많이 요구된다”며 “무급휴직 등 우선적인 조치가 우선되지 않고 희망 퇴직제를 활용한 것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2008년 자동차 판매부진과 국제 금융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고 이 중 165명이 최종 정리해고 됐다. 165명 중 153명은 2010년 ‘사측이 해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손실을 조작했다’며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2008년 자동차 판매 부진과 금융위기 여파로 쌍용차가 비용절감을 위해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