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의 쥐스틴 뒤푸르-라푸앙(20)은 시상대 위에서 언니 클로에 뒤푸르-라푸앙(23)의 손을 꼭 잡았다. 시상대 근처에선 맏언니 막심 뒤푸르 라푸앙(25·이상 캐나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디펜딩 챔피언’ 한나 커니(미국)는 3위 자리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9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자매는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따냈다. “클로에 언니의 손을 잡고 있으니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금메달을 따내 흥분했는데, 클로에 언니를 보니 차분해지더군요.” 쥐스틴은 플라워 세리머니의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두 동생과 함께 훈련한 막심은 “동생들이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어 했는데, 소원을 이루게 돼 정말 기뻐요. 세계 최고인 두 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기술을 배울 수 있으니 나는 정말 행운아예요” 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25번째 생일을 맞은 막심은 12명이 겨루는 2차 결선까지 출전했으나 6명이 겨루는 최종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세 자매의 아버지 이브 라푸앙도 “우리 딸들이 해냈다”며 감격했다. 이브는 귀한 딸들이 행여 크게 다치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고 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사상 자매가 한 종목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올림픽 여자 알파인 스키에서 크리스틴-마리유 고셸 자매가 첫 기록을 세웠고,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에서 오스트리아 여자 루지 선수 도리스-안겔리카 노이너 자매가 뒤를 이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출신인 뒤푸르-라푸앙 가문의 세 자매는 올림픽 개막 직전부터 가족 동반 출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클로에는 밴쿠버올림픽(5위)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큰 언니 막심과 막내 쥐스틴은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막심이 12세 때 모굴 스키에 입문하자 두 동생도 자연스럽게 함께 스키를 탔다. 각종 대회에 함께 출전하며 서로 조언하고 격려하는 세 남매는 경기에선 자매라는 사실을 잊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려 노력한다. 세 자매는 폴 가니에라는 코치 밑에서 10년간 훈련을 받았으며 소치올림픽에서 마침내 정상에 오르며 꿈을 이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