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정찰제 판결'로 회귀하나…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다시 등장

재벌총수 '정찰제 판결'로 회귀하나…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다시 등장

기사승인 2014-02-12 00:30:02
[쿠키 사회] “경영 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2012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여론은 이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009년 7월 도입한 양형 기준을 엄격히 따르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1년 6개월이 흐른 지난 11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유죄로 인정된 배임액은 모두 1585억원. 양형기준 상 300억원 이상의 배임죄의 경우 기본 형량 5~8년에, 감경 요소를 감안해도 최소 징역 4년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이른바 ‘3·5(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정찰제 판결’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김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이유로 ‘피해 회복’ ‘경제발전 공로’ ‘건강 상태’ 등을 들었다. 이는 과거 ‘3·5제’ 판결을 받은 여러 재벌 총수들의 판결문에 공통적으로 제시된 양형 사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2008년 7월 11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불법 정도가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고용창출 등을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적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2007년 9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3·5제 판결로 풀어주면서 “고령인데다, 8400억원 규모의 개인 재산으로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약속을 한 점을 참작한다”고 했다. 2012년 1월 역시 항소심에서 3·5제 선고가 내려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판결문에도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다짐을 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는 점”이 양형 사유로 기재됐다.

2004년 8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심 선고도 ‘산업과 교육 발전 공로’ ‘국민훈장 수상 경력’ 등이 열거된 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재판장은 현 황찬현 감사원장이었다.

SK글로벌 분식회계로 기소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받은 박용성·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역시 비슷한 논리로 3·5제 선고를 받아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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