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토리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5위에 그친 이상화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으나 4년 뒤 밴쿠버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따내며 ‘여제’로 등극했다.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는 ‘멘토’인 이규혁(36·서울시청)과 함께 훈련하며 파워를 강화했다. 이규혁을 따라잡기 위해 이상화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빙판을 지쳤다. 파워가 붙은 이상화는 후반 들어 무서운 가속도를 갖추게 됐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정상을 차지한 이상화는 약점으로 꼽힌 스타트를 가다듬었다. 이번엔 이상화의 ‘절친’ 모태범(25·대한항공)이 도움을 줬다. 이상화는 스타트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모태범과 나란히 출발선에 섰다. 승부욕이 남다른 이상화는 “태범이와 스타트 연습을 할 때 피자 한 판을 걸고 내기를 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했다”며 “태범이를 꼭 이기고 싶어서 태범이가 지쳐 있을 때 출발선에 같이 서자고 해서 이긴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상화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전지훈련과 소치 현지 훈련에서 모태범과 함께 50m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도 보였다.
멘토와 절친이 파워와 스타트에서 이상화를 도왔다면 케빈 크로켓 오벌랜드(38·캐나다) 코치는 이상화의 뒷심을 길러 주었다. 이상화는 먼저 오벌랜드 코치에게 다가가 “난 더 잘하고 싶다. 당신이 나를 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벌랜드 코치는 이상화에게 “1000m 기록 향상에도 신경을 쓰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이상화는 1000m 한국 기록을 여러 차례 경신했고, 자연스럽게 500m 레이스의 후반 기록도 좋아졌다.
2012년까지만 해도 이상화가 첫 100m를 통과한 뒤 결승선까지 400m 기록은 2009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작성한 26초80이 최고였다.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의 도움으로 2013년 들어서 26초70보다 낮은 400m 기록을 7차례나 세웠다. 이상화는 정상에 올라서도 교만하지 않고 주위의 스승을 찾아가며 난공불락의 스프린터로 진화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