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쇼트트랙 '미끄럼 주의보'…남자도 여자도 거듭된 불운

[소치올림픽]쇼트트랙 '미끄럼 주의보'…남자도 여자도 거듭된 불운

기사승인 2014-02-14 07:18:00

[쿠키 스포츠]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지독한 불운에 울고 있다. 이 때문에 동계올림픽 3회 연속 10위권 진입을 노리던 한국 선수단의 메달 전선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박승희(22·화성시청)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미끄러져 동메달에 그쳤다. 출발선에서 가장 유리한 맨 안쪽에 자리한 박승희는 총성과 동시에 1위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첫 바퀴 코너에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넘어지면서 세 번째로 달리던 이탈리아 선수와 선두에 있던 박승희까지 3명이 한꺼번에 넘어졌다. 그 사이 꼴찌에 있던 중국의 리지안루가 어부지리로 선두로 치고나가 끝까지 1위를 지켰다.

박승희는 넘어진 두 선수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에 빨리 일어나 달렸다면 은메달을 노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급했다. 서둘러 출발하려다 다시 넘어졌다. 두 선수에게 추월을 허용한 박승희는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승희는 원인 제공한 크리스티가 실격해 동메달을 따냈지만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박승희는 레이스 후 “넘어졌을 때 아무 생각도 안 났다”며 “빨리 일어나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두르다 보니 다시 또 넘어졌다”고 당시 다급했던 심정을 설명했다. 플라워 세리머니가 끝난 뒤 눈물을 쏟은 박승희는 “안 울려고 했는데 인터뷰 때 가족 얘기를 하는 바람에 울컥했다. 아마 엄마도 서울에서 TV를 보면서 울고 계실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선수들도 이날 불운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박세영(21·단국대)-신다운(21·서울시청)-이호석(28·고양시청)이 참가한 남자 계주 대표팀은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1조 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도 미끄러진 탓이었다. 한국은 네 바퀴를 남겨 놓고 미국, 네덜란드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 결승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이호석이 에두아르도 알바레스(미국)에 살짝 닿으면서 넘어졌다.

한국은 ‘어드밴스’를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박세영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남자 계주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준결승에서 실격한 이후 12년 만이다.

불운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남자 15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신다운은 세 바퀴를 남겨 놓고 1위를 달리다 코너에서 넘어졌다. 이 때문에 2위로 뒤따라가던 이한빈까지 신다운에게 부딪혀 쓰러지며 한국 선수 2명이 한꺼번에 탈락했다. 얼음이 파인 곳에 신다운의 스케이트 날이 걸렸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선수가 잇따르는 것은 경기장의 빙질이 좋지 않은 탓일 수도 있지만 지난 밴쿠버올림픽 이후 실력이 평준화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두다툼이 거칠어지면서 공교롭게 한국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은 경기에서 빙질 연구 및 레이스 방법에 대한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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