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현 CJ 회장, 임직원들의 충성심 강화 위해 비자금 사용했다""

"법원 "이재현 CJ 회장, 임직원들의 충성심 강화 위해 비자금 사용했다""

기사승인 2014-02-14 20:09:00
[쿠키 사회]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이달 28일까지 구속 집행이 정지된 상태인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14일 2078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세금 포탈 546억원, 횡령 963억원, 배임 569억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중 유죄로 인정된 금액은 모두 1300억원대에 이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자금 조성으로 회사에 부실을 초래했고 기업 이미지를 저해시켰다”며 “거액의 조세 포탈로 일반 국민들의 납세 의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은 ‘조성된 비자금을 모두 CJ를 위해 사용됐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자금이 개인자금과 엄격히 분리돼 관리되지 않았다”며 “이 회장이 자신에 대한 임직원들의 충성심 강화를 위해 비자금을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CJ China 등 해외 법인을 통해 임원들에게 허위 급여를 주는 식으로 115억원을 횡령한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회장이 일본에서 개인 빌딩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CJ 해외 법인에 보증을 서게 해 39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유죄가 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234억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의 조세 회피 의도는 인정하지만 뚜렷한 불법 행위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 부분은 검찰이 기소 당시 ‘재벌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했다’며 자신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페이퍼컴퍼니가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고 독자적 의사결정이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BVI) 근거 법령에 의해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됐고,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조세 절감을 선택하는 것도 개인에게 주어진 헌법상 자유라는 점 등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데 대해서는 “포탈한 세금을 모두 납부했고 2006년 이후에는 비자금 조성을 중단해 과거 관행을 개선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은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지난 6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회장은 오후 2시 47분쯤 휠체어에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마스크를 쓴 채 선고문 낭독을 들었고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 회장은 선고 직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검은색 에쿠스를 타고 돌아갔다.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은 자택과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1일 구속된 후 8월 20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실제로 구치소에 있었던 기간은 50일 정도다. 이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을 이유로 지난해 8월 28일 부인의 신장을 이식 받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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