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쇼트트랙 황제'는 결국 빙판에 엎드려 흐느꼈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황제'는 결국 빙판에 엎드려 흐느꼈다

기사승인 2014-02-16 14:29:00
[쿠키 스포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그리고는 곧장 코치석으로 달려가 러시아 코치를 얼싸안았다. 이어 안현수는 빙판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흐느꼈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 좌절과 러시아 귀화까지 지난 8년간의 마음고생이 뇌리를 스친 듯했다. 빙판에 입은 맞춘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다. 관중석에선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57)씨는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안현수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2006 토리노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따낸 금메달이었다. 토리노올림픽 당시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오른 안현수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최초로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안현수는 22일 새벽 500m와 5000m 계주 결선에 출전한다. 이번 시즌 500m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안현수는 계주에서 동료들이 잘 받쳐 주면 8년 만에 3관왕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안현수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중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 왕멍(금4·은1·동1)을 제치고 가장 위대한 선수의 영예를 차지한다.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안현수는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 최대한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왔다”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 줘서 뜻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빙판에 위에 엎드려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해선 “(소치올림픽 1500m에서) 첫 메달(동)을 따고 나서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지난 8년 동안 이 순간을 바라봤고, 금메달을 따고 기쁨을 누려보자고 생각했다. 8년 동안 너무 힘든 일이 많았기에 그에 대해 보답 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고 설명했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화려하게 부화한 것에 대해 “큰 부상을 당한 뒤 무릎 통증을 갖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그 상태에 맞춰 훈련할 수 있었다”며 “체력적인 부담이 있기에 단거리 위주의 훈련을 많이 해 한국에 있을 때보다 500m 기량도 더 좋아졌다”고 밝혔다.

1000m 결선 레이스를 끝낸 안현수는 함께 경쟁한 후배 신다운(21·서울시청)과 포옹을 하며 옛정을 나눴다. 이에 대해 안현수는 “승부를 떠나서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이지 원망하고 미워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현수의 선전으로 러시아는 ‘쇼트트랙 강국’으로 떠올랐다. 소치올림픽 이전까지 러시아는 쇼트트랙에서 단 한 개의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1000m에서 금메달, 은메달(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을 석권하며 16일 현재 3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안현수는 은퇴 후 러시아 대표팀 코치로 활동할 예정이어서 러시아 쇼트트랙의 미래는 밝기만 한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계속 살 것인가” “한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귀화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 “올림픽이 끝난 뒤 다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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