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알베르빌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은 그동안 한국선수단의 효자종목이었다. 지난 밴쿠버대회까지 금 19, 은 11, 동 7개로 모두 37개의 메달을 획득해 한국의 전체 메달(45개)의 82.2%를 차지하는 메달밭이었다.
밴쿠버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에서 금메달이 처음 나온 것을 감안하면 쇼트트랙이 한국 동계스포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여자 1500m에서 심석희(17·세화여고)가 은메달, 500m에서 박승희(22·화성시청)가 동메달을 따냈을 뿐 남자 1000m와 15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특히 남자부의 부진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8)가 금 1, 동 1개를 딴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국내 쇼트트랙계 자중지란의 근원이 되고 있다. 남자부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노메달을 제외하면 매번 한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다. 밴쿠버대회에서 여자팀이 노골드에 그쳤을 때도 이정수가 금 2개로 체면을 유지했다.
지난 대회까지 남자팀이 따낸 메달도 금 10, 은 7, 동 2개로 여자팀(금 9, 은 4, 동 5)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자팀은 뚜렷한 에이스가 없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한 신다운(21·서울시청)에 기대를 걸었지만 올시즌 월드컵에서 부진을 거듭했다. 게다가 계주 기대주 노진규(22·한국체대)는 대회 직전 골절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오는 18일 열리는 500m 예선에 한국은 박세영(21·단국대), 이한빈(26·성남시청)이 출전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여자부도 같은날 1000m와 3000m계주에 에이스 심석희를 앞세워 2개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