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RO 제보자 진술, 녹취록 신빙성 인정”
재판부는 RO 제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RO 제보자는 2010년 국가정보원에 RO 활동에 대해 처음 제보한 후 ‘5월 회합’ 등을 녹취하는 등 핵심 증거를 제공한 인물이다. 재판부는 “제보자가 국정원, 검찰, 법원을 거치며 RO 조직 가입 시기, 이너 서클, 학습 모임 등에 대해 일관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허구의 집단을 가공해냈다고 보기 부적절할 정도로 구체적인 인물을 열거하고 있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보자가 2010년 RO라는 명칭에 대해 직접 언급했던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제보자의 2010년 5대 의무 및 조직 강령에 대한 진술이 현재의 진술과 일부 차이는 있지만 큰 내용에 있어서는 변동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제보자가 피고인들과의 친분 탓에 진술하기 어려웠을 텐데 ‘위험을 알릴 수 있어 당당하다’고 확신에 차 있었다”며 “진술 태도에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실질적 내란음모 혐의 인정
법원은 제보자 진술을 기초로 RO 조직 실체도 인정했다. 내란음모 혐의는 기본 2인 이상 조직적 활동이 요구된다. 이 의원은 재판에서 줄곧 “RO라는 명칭을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RO 조직이 이 의원을 중심으로 지휘체계를 갖추고 북한의 대남투쟁 3대 과제인 ‘자주 민주 통일’을 목표로 활동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 의원이 모임에 지각한 김근래 피고인에게 ‘지휘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도 지휘 체계를 증명하는 근거로 쓰였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RO 회합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란음모 모의가 있었던 점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5월 10일과 12일 모임에서 홍순석 피고인이 제보자에게 ‘휴대폰 전원을 차단하고 자동차를 타고 올 경우 500m 밖에 주차하고 걸어오라’는 등 유의사항을 전달했다”며 “피고인 측 주장과는 달리 조직적이고 목적성을 가진 모임이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5월 10일 모임에서 현 한반도 정세는 전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전쟁통에 아이를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에 비춰볼 때 모임의 성격도 단순 정세 강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됐다. 이 의원이 “물질 기술적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전선을 타격하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후 권역별 토론에서 참석자들에 의해 가스, 전기, 통신, 철도 등에 대한 타격과 적합한 파괴방법 무기 탈취, 제작에 관한 무장 방안들까지 거론됐다”며 “이는 북한의 대남혁명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발언들에 대해 “증거로 제출된 녹음 파일을 직접 사무실에서 들으며 꼼꼼히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대부분 유죄
이 의원이 2012년 피고인들과 함께 수차례 혁명동지가를 제창한 부분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혁명동지가의 가사는 김일성의 혁명 투쟁 찬양과 반미 혁명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의 집과 사무실에서 압수된 이적 표현물도 김일성 저작집, 김정일 저작집 등이 포함돼 있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압수된 물품들이 집 옷장이나 벽장 등에 들어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소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원=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