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김동성부터 심석희까지…또 ‘막판 드라마’

[소치올림픽] 김동성부터 심석희까지…또 ‘막판 드라마’

기사승인 2014-02-18 21:23:00

[쿠키 스포츠] 한국 쇼트트랙이 다시 한 번 드라마를 썼다. 시나리오의 완성은 역시 ‘막판 역전’, 눈물을 흘린 상대 배우는 중국이었다.

심석희(17), 김아랑(19), 박승희(22), 조해리(28)로 구성된 한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은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9초49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이었다. 라이벌 중국과 엎치락뒤치락하며 피 말리는 질주를 이어간 대표팀은 ‘에이스’ 심석희가 반 바퀴를 남기고 절묘한 코너링으로 뒤집기 쇼를 연출했다. 중국은 진로방해로 실격됐고 은메달은 캐나다, 경기 중 넘어진 이탈리아가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막판 역전’은 한국 쇼트트랙의 전매특허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국민들의 뇌리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장면은 김동성(35·현 KBS해설위원)의 신기에 가까운 ‘날 들이밀기’다.

김동성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1000m 결승에서 마지막 코너까지 리지아준(중국)에 뒤져 있었다. 결승선 앞까지 선두로 온 리지아준은 우승을 확신하고 환호하는 자세까지 취했다. 그 순간 바로 뒤에서 오던 김동성은 왼발을 쭉 내밀었다. 리지아준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방심한 순간 김동성의 스케이트 날 끝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김동성은 0.53초 차이로 리지아준을 눌렀다. 김동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트랙을 돌았고, 리지아준은 멍한 표정으로 김동성의 등만 바라봤다.

여자대표팀에서는 전이경(38)이 같은 묘기를 재연했다.

전이경은 같은 대회 1000m 결승에서 중반 이후 양양(중국)에 이은 2위를 유지했다. 1바퀴를 남기고 양양과의 거리를 좁힌 전이경은 마지막 코너에서 양양과 어깨를 나란히 한 후 결승선에서 넘어지면서 다리를 들이밀었다. 전이경은 1분42초77, 양양 1분43초34. 0.57초 차이의 우승이었다. 전이경은 넘어진 채 환호했고, 양양은 울상이 됐다.

2005년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0.009초의 기적이 나왔다.

최은경(30)은 여자 500m 결승에서 중국의 에이스 주밀레에 이어 2위를 달리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최은경과 주밀레는 거의 동시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내내 선두를 달리던 주밀레는 1위를 확신한다는 듯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전광판에는 최은경의 이름이 제일 위에 올라왔다. 사진 판독 결과 최은경의 스케이트 칼날이 주밀레보다 4분의 1 정도 앞섰던 것이다.

이번 금메달로 한국 여자대표팀은 4년 전 벤쿠버 올림픽 3000m 계주에서 당한 석연치 않은 실격 탈락의 악몽도 씻어낼 수 있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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