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포츠 행정가 꿈꾸며 1인3역 하는 '맹렬 여성' 고은정씨

[인터뷰] 스포츠 행정가 꿈꾸며 1인3역 하는 '맹렬 여성' 고은정씨

기사승인 2014-02-19 22:35:00
[쿠키 스포츠] 국내 유일의 국제사이클연맹(UCI) 도핑검사관, UCI 준(準)국제심판, 대한사이클연맹 국제업무 코디네이터. 고은정(27)씨는 1인3역을 하는 ‘맹렬 여성’이다. 그는 “이 모든 게 스포츠 행정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하고 싶은 걸 하니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씨는 2009년 4월 대한사이클연맹에 들어가 국제업무를 담당했다. UCI의 준국제심판 육성 과정을 밟은 고씨가 자격증을 따낸 것은 2012년 3월. 20여명이 강습회에 참가했지만 최종 합격은 고씨 혼자였다.

“국제대회를 운영하다 보니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준국제심판 자격증에 도전했죠. 나중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심판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고씨는 운동선수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위해 2010년 국내 도핑검사관 자격증을 땄다. 내친김에 UCI 도핑검사관에 도전했고 지난 6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UCI는 ‘금지약물과의 전쟁’을 위해 산하단체인 사이클반도핑기구(CADF)를 설치했다. 현재 CADF엔 50여명의 도핑검사관이 있다.

고씨는 어린 시절 해외 생활을 하면서 스포츠 행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7년 8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네덜란드로 발령나 가족 모두 따라갔어요. 네덜란드에선 학생들에게 배구, 농구, 수영, 육상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장려하더군요. 자연스럽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스포츠 행정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2004년 2월 귀국한 고씨는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했다. 토익 만점을 세 차례나 기록했으며 불어와 네덜란드어도 구사한다. 마음만 먹으면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고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자신의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봉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엔 반대합니다.” 고씨는 똑 부러지게 말했다.

도핑검사관이 선수들의 소변을 채취하는 과정은 일반인이 보기에 민망할 수도 있다. 도핑 대상자는 상의를 가슴까지 올려야 하고, 하의는 허벅지까지 내려야 한다. 긴소매를 입은 경우 팔꿈치 아래까지 접어 올려야 한다. 도핑검사관은 도핑 대상자의 소변 채취 과정을 정면에서 지켜본다. 고씨는 “어린 선수의 경우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땐 ‘네가 정정당당하게 싸웠다는 것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고씨는 오는 8월 광명스피돔에서 열리는 2014 UCI 세계주니어 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느라 요즘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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