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21일(한국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끝으로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현역 선수로서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애써 눈물을 삼키고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와 코치들과 재회한 순간 류종현 코치의 한 마디에 결국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연아야, 다 끝났어”
길고도 험난한 18년이었다. 6살이던 1996년 어머니 박미희(55) 씨와 함께 찾은 과천 빙상장에서 김연아의 피겨 인생이 시작됐다. 놀라운 재능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였지만, 그 속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함께 했다. 와이어를 몸에 매단 채 빙판 위에서 수없이 뛰고 넘어졌다. 2010년 내놓은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그녀는 훈련 당시를 회상했다.
“훈련을 하다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 속에서 무언가 말을 걸어온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하는 속삭임이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2004-200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 피겨 선수로는 사상 처음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김연아. 2006년 3월에는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화려하게 시니어 무대에 진출했다.
그 후 지금까지 그녀에게 쏟아진 국민적 기대와 관심은 엄청났다. 김연아가 경기를 앞두었을 때부터 경기 순간, 결과를 받아든 그 이후까지 온 나라의 시선은 그녀를 향했다. 이때 짊어지는 모든 부담의 무게는 온전히 그녀만의 몫. 김연아는 자서전에서 “다른 이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며 내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할 것이다. 연기에 몰입하기 직전 이 순간만큼 소름끼치도록 외롭고 무서운 순간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김연아에게 ‘대인배’라고 한다. 어떤 순간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스스로 삼키고 견디고 이겨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지막 피겨 무대에서도 그녀는 이 ‘담대함’을 잃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을 받아든 이후에도 그랬다.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1등은 아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또 감사드린다”면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큰 실수 없이 준비한대로 다 보여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준비하면서 체력적, 심리적 한계를 느꼈는데 이겨내고 했다”며 “내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고 재차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거면 됐다. 전광판에 뜬 219.11점보다 스스로 매긴 ‘120점’을 피겨선수 인생 마지막 순간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7분 드라마’를 지켜본 이들의 마음이다. 네티즌들은 “그깟 메달색이 무슨 수용인가. 당신이 진정한 여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SBS 중계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