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극한으로 치닫는 우크라이나 시위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났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지키던 경찰과 시위에 가담한 여성이 사랑에 빠진 영화같은 이야기가 최근 있었던 방송을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이들의 사랑은 지난해 12월 있었던 최소 26명이 숨지고 1000여명의 부상자를 낳은 유혈사태 속에서 피어나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시위대를 차단하는 바리케이드 앞에서 처음 만났다. 기자로서 시위에 참여한 리디아 판키브(24·여)는 일 때문에 통화를 하던 중 소음 때문에 전달이 잘 안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크게 두 차례 외쳤다. 이 통화를 엿들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던 경찰 안드레이였다. 그의 신변정보는 직업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안드레이는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며 “이름도 몰랐지만 재빨리 외운 그녀의 전화번호로 내 마음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문자를 받은 리디아는 고민 끝에 안드레이를 만났고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다.
리디아는 “이번 시위에서 내 절친한 친구를 잃어 그와 만나는 것이 끔찍하고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대량 학살자 야누코비치는 도망갔고 이제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시위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럽연합과의 경제협력 협상을 중단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3개월에 걸친 반정부시위 끝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도주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대선은 오는 5월 25일 치러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동필 기자 mymedia0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