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펴낸 ‘법원사람들’ 봄호(3월호)에 따르면 개명 사례 중 ‘출생신고서에 이름을 잘못 기재한 경우’는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한자 가죽 혁(革)을 풀 초(草)로 잘못 쓰거나 한글 이름 방그레를 방그래로 쓴 사례가 있었다. 연예인들이 예명으로 쓰던 이름을 본명과 일치시키기 위해 개명을 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신성일씨의 본명은 본래 ‘강신영’이었는데 개명을 통해 이름을 ‘강신성일’로 바꿨다. 의미나 발음이 나빠 놀림감이 되는 경우는 대표적인 개명 사례였다. 김하녀, 경운기, 송아지 등의 이름이 소개됐다. 한자 이름을 한글로 바꾸거나, 외국식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고친 사례도 있었다.
1990년대 법원은 개명 허가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고 절차도 까다로웠다. ‘숙자, 말자, 영자’ 등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하면서도 쉽게 개명 신청을 하지 못하는 아동들도 많았다. 대법원은 1995년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 국민학생들을 위해 까다로운 개명 절차를 1년 동안 한시적으로 간소화했다. 당시 개명신청을 낸 국민학생은 모두 7만3186명이었고, 허가된 아동은 7만3017명으로 96%에 달했다.
이어 대법원이 2005년 11월 개인의 성명권을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면서 개명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개명신청자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16만1000여명이 법원에 개명허가 신청을 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